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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EO '연봉 인플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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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스톡옵션.보너스 포함)이 생산직 근로자들보다 4백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숀 해리건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기금 이사장은 지난 20일 미 상원 상무위원회에서 "CEO의 연봉이 생산직 근로자 평균 연봉의 4백배에 달하지만 아직도 계속 오르고 있다"며 "회계부정으로 타격을 입은 미 기업의 신뢰도가 CEO들의 과다한 연봉으로 더욱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 5백대 기업 CEO의 평균 연봉은 1천83만달러(약 1백30억원)로 미 최대 노동조합 AFL-CIO가 밝힌 생산직 근로자 평균 급여(연 2만7천달러)의 4백배에 이른다.

특히 미 대기업 CEO들은 경영 실적에 관계 없이 거액의 연봉을 받아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2001년 파산한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 엔론의 케네스 레이 전 회장은 2000년 급여와 스톡옵션으로 1억5천3백만달러(약 1천8백36억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엔론이 해고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평균퇴직 수당의 1만1천배에 달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지난해 이 회사 주가가 35%나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7천8백만달러(약 9백36억원)를 챙겼다.

잭 웰치 전 GE회장은 퇴직 이후 GE에서 전용 제트기와 고급 아파트.요리사.리무진 등을 받기로 했다가 지난해 9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이후 스스로 특혜를 철회했다.

데니스 코즈로스키 전 타이코 인터내셔널 CEO도 회사가 파산하기 직전에 회사 돈으로 수백만달러를 들여 예술품과 가구 등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존 매케인 미 상원 상무위원장은 "최근 몇년간 주가가 급락하고 기업 부도와 대규모 해고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CEO들은 엄청난 보수를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무위는 CEO의 과다한 연봉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20일 청문회를 열고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마이클 아이스너 월트 디즈니 회장.잭 웰치 전 GE회장 등 8명에게 출석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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