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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대 입대하는 데도 180만원 뇌물 줘야

중앙일보

입력

중국 인민해방군의 부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현직 중국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장성으로 진급하려면 상관에게 최소 1000만 위안(약 18억원)을 뇌물로 바쳐야 하고 대령이 되려면 500만 위안(9억원) 이상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민해방군 사병으로 입대하기 위해 1만 위안(180만원)을 뇌물로 주는 경우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군사과학원 출신 양춘창(楊春長) 전 소장은 지난 9일 홍콩 봉황TV 인터뷰에서 “대군구 사령관이 되려고 한 사람이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에게 1000만 위안)을 건넨 뒤 다른 사람이 2000만 위안(36억원)을 주자 1000만 위안을 준 사람은 진급에서 탈락했다”고 폭로했다. 중국군은 전역을 7개 대군구로 나뉘며 대군구 사령관은 상장(한국의 대장격)이 대부분이다.

쉬는 4000만 위안(72억)에 이르는 막대한 뇌물을 챙겼다가 구속됐다. 양 전 소장은 “소대·중대·연대·사단에 이르기까지 지휘관 자리에 오르려면 계급별로 가격이 있다”며 “군단장(중장)이 되려면 1000만 위안(18억원), 중대장 승진에는 20만 위안(3600만원)을 뇌물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1일 중국군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쉬와 궈보슝(郭伯雄)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사실상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군권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을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쉬는 후 전 주석에게 통보하지도 않고 뇌물을 준 인사를 승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후 전 주석이 군부에 휘둘리는 모습을 본 시 주석은 2012년 11월 공산당 총서기가 된 뒤 바로 군 사정 작업에 착수했다. 쉬와 궈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군부 핵심 측근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부패 혐의로 낙마한 군 장성 16명의 명단을 공개한 데 이어 3월에는 궈보슝(郭伯雄)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아들 궈정강(郭正鋼) 등 14명을 군 검찰에 이송하며 강도 높은 군 부패 척결에 나서고 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13일 류위안(劉源) 군 총후근부 정치위원과의 인터뷰에서 "쉬차이허우와 구쥔산(谷俊山) 전 총후근부 부부장과 같은 '대탐거간'(大貪巨奸·매우 탐욕스럽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 간신)을 잡아낼 것을 시 주석이 결정했고 (체포를) 지휘했다"고 말했다.

중국군 부패는 장 전 주석 시절(1989~2002년) 군이 호텔과 부동산 개발로 큰 돈을 만지면서 심각해졌다. 군 고위층이 승진 대가와 부동산 등 이권 사업으로 챙긴 부패 규모는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나오고 있다.

중국군에 만연한 매관매직으로 능력 있는 사람이 승진에서 누락돼 지휘관의 통솔력에 문제가 생기며 군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 국방 생크탱크인 랜드연구소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랜드연구소는 “중국군은 고질적 부패와 낡은 장비로 인해 세계 최대 병력(230만명)과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국방비(2014년 1294억 달러)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맞붙으면 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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