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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선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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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의와 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고 있는 법조에 대한 기대가 상승하고 있는데 대하여 현실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최근 현대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민사소송절차의 실태와 개선책』이라는 연구보고서는 상당수의 판사와 변호사가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민사소송당사자 1백15명에 대한 조사이기 때문에 이를 확대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민사소송이 지연되고 ,민사소송에 승소한다고 하여 돈을 받아낼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법률부조제도의 활용이 잘되고 있지 않은 실정을 지적한 것은 타당하다.
법무부는 민사소송에 있어서도 직권주의를 강화하여 진실발견을 하도록 하고 재판의 신속을 기하고 강제집행 면탈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 한다. 법원행정처도 송무 제도 개선심의위원회에서 소송개선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회에서도 개선을 위한 검토가 행해질 것이 요망된다.
2000년대를 향한 사법제도개선, 법조선진화 등을 위하여 대법원·법무부·변호사회·법학계에서 사법제도개선을 위한 방안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법조개혁의 우선 과제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법조에 있다고 하겠다. 국민들의 생활이 복잡다기화되면서 법률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새로운 법률분쟁이 나타나고 있는데 구태의연한 법체제로써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래에 와서 법원에서도 대민친절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법무부에서도 법률구조제도를 확충하고있으며, 대한변호사회 등도 인권옹호를 위한 활동을 전개중인 것으로 알고있다.
사법제도나 법조제도개선에 있어서는 우선 시설확장과 인원증가가 필수적으로 요청되고 있다. 대법원은 서울서초동에 재경법원을 신축하기로 하고 설계를 현상공모 하였는데 대민 봉사기능을 극대화한 청사가 신축될 것이 기대된다.
현재의 좁은 공간에서는 소송관계자의 인권이 잘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부득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신청사에서는 2개 재판부마다 1법정을 배경하여 집중심리를 할수 있게하여 소송의 공정과 신속화를 도모할 것이라 한다. 욕심 같으면 재판부마다 독자적인 법정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며 야간법원 등의 개정도 바람직하다 하겠다.
법관 인원증가도 멀지않아 해결될 전망이다. 연간 3백명의 사법연수원 수료생이 배출되는 금년부터 법원은 선별적으로 법관을 선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법관들에게 필요한 조사관이라든가 보조원의 확보는 생각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방법원의 일번판결은 원칙적으로 단독번으로 하고 고등법원이나 지방법원의 항소번만 합의제로 하여 재판한다면 재판부의 수가 늘어 신속한 재판을 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초임판사에게 단독번을 맡기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법관의 임용제도에는 임명제·선거제 등이 있는데 우리 나라는 임명제를 채택해왔다. 이경우에도 법조관료제와 법조일원제가 있는데 우리는 대륙식인 법조관료제를 채택하고 있다. 법관에게도 위계제가 있어 지법배석판사-지법단독판사-고법배석판사-지법부장판사-고법부장판사-지법원장-고법원장-대법원판사-대법원장의 위계가 있고 연공승진하게 되어있어 논란이 되고있다. 승진제도와 임기제도·전보제도 때문에 법관의 생활기반이라든가 독립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설이 있다.
미국식 법조일원제도, 즉 변호사·검사·교수 경력자 중에서 종신직으로 법관을 임명하는 제도는 경험 많은 법조인 중에서 판사를 선임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법관이 법조계의 장로로서 기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역으로 법원생활이 변호사수습 제도화되고있는데 이는 하루 빨리 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법관의 대우가 국회의원처럼 상향조정되어 정년까지 신분이 보강된다고 하면 명예직으로서도 법관직이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재야법조의 경우 변호사의 고령화, 개업지의 도시편중, 무변호사 시군문제, 수임료 문제 등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있다. 변호사의 사명은 인권옹호와 정의실현에 있는 바 이제까지의 분쟁해결활동에서 한걸음 나아가 예방법적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는 변호사수의 과소현상으로 소송대리에만 치중해 왔는데 앞으로는 분쟁예방을 위한 활동을 적극화해야 하겠다. 예방법적 활동은 계약서의 작성· 공증 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법적계획 책정활동으로 법률상담·자문 등을 적극 실시하여야 하겠다.
국민들의 법적 서비스에의 접근이용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변호사업무광고허용, 변호사소개제도의 충실, 공익변호활동의 활발화, 법률구조제도의 확충, 순회법률상담의 실시, 업무의 전문화추진, 근린법률사무소의 설치, 변호사보수기준의 합리화·명확화를 기해야할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일반국민 뿐 아니라 기업체조차도 법적 분쟁이 발생해야만 변호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적 분쟁예방을 위해서도 변호사를 위촉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기업과의 계약에 있어서 조차 변호사와 상의하지 않고 체결한 뒤에 법적분쟁에 말려드는 경우가 허다하고 손해배상을 함으로써 국가에 손실을 끼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의 사법제도이용을 활성화하고 변호사상담을 조장하기 위하여서도 변호사이용보험제도라든가 권리보호보험제도 등을 신설하여야 할 것이다. 소시민을 위한 무료상담 등 법률구조활동도 활성화하여야 하겠다.
변호사는 변리사·세무사 등에게 침식당하고있는 분야들을 되찾고 사법적 정의실현에 앞장서야 하겠다.
동양에서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부도덕시하고 화해나 호양을 중시하여 무송사회를 그 이상으로 삼았으나 오늘날 서양법의 계수로 권리를 위한 투쟁이 미덕시 되고 분쟁이 잦고 있으므로 분쟁처리기구 뿐만아니라 분쟁예방을 위한 법조선진화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서울대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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