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건설기계코리아, 7년만에 세계 빅3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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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1998년 볼보가 삼성중공업 건설기계사업 부문을 인수해 재탄생한 볼보기계코리아의 창원공장은 이젠 세계 굴삭기생산의 메카로 자리를 잡고 있다.

볼보는 창원공장 인수후 10여가지 품목의 건설중장비 사업을 정리하고 굴삭기 하나에만 매달렸다. 또 스웨덴 에슬뢰브의 굴삭기 공장을 폐쇄하고 이곳을 전세계 굴삭기 사업의 중심기지로 삼았다. 지게차.크레인.콘크리트 펌프트럭 등 건설장비의 연구인력 250여명은 굴삭기개발에 모두 투입됐다. 이달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70t굴삭기(사진)를 독자 개발한 것도 굴삭기에 '다 걸기' 한 결과다.

또 볼보는 공장을 5억 달러에 인수한뒤 1년만에 재무구조 개선과 연구개발(R&D)센터 투자를 위해 9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그 결과 인수 당시 3700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이 공장의 매출액은 9869억원이다. 올해 매출예상액은 1조원이며 500억원 이상의 순익을 낼 전망이다. 과거엔 생산한 제품의 30%만 수출했지만 지금은 수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세계 굴삭기 시장 점유율도 4%에서 8.5%대로 증가했다.

<표 참조>

굴삭기 부품은 세계 곳곳의 볼보 네트워크를 통해 구매하지만 국산부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워낙 좋아 국산부품 비율이 80%에 달한다. 석위수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부사장(공장장)은 "과거 국내 판매가보다 10~20%싼 덤핑가로 수출하던 굴삭기가 이젠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오히려 10~20%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70t 굴삭기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공을 들여 내놓은 프리미엄 제품이다. 시제품을 스웨덴의 극한지역과 중동의 사막에 보내 써보도록 하는 등 현장테스트만 1년간 했다.엔진은 스웨덴 본사에서 개발했다. 지금도 70t 굴삭기는 테스트중이다.

24일 창원공장의 공터엔선 굴삭기 운전기사가 굴삭기의 팔을 계속 들었다 놨다 하며 성능실험을 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쓰여진 '우리는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에게 보답한다'라는 플래카드는 공장 곳곳에 붙어 있다. 11월 생산을 시작한 70t 굴삭기는 출시하자마자 주문이 쏟아졌다. 내년 3월까지 생산되는 굴삭기는 모두 예약됐다. 작업반경이 넓어 대당 가격은 기존 46t짜리 굴삭기보다 두배 이상 비싼 4억~5억여원이다.

지난 10월엔 스웨덴의 대표적 일간 경제지인 '다겐스 인더스트리'는 '볼보, 한국에서 금광을 캐내다'란 이름의 특집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측은 "세계 3대 굴삭기 전문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창원=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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