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공부 싫어하는 아이는 없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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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부하기 싫은 사람 모여라!
전옥란 기획·이루다 그림
깊은 책 속 옹달샘

역시 공부가 문제입니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공부를 좋아하게끔 만들거나,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채근만 하는 부모들이 제대로 아이들을 인도할 수 있는 약이나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꿈 같은 이야기지만, 만일 그런 알약이나 책이 있다면 아이들은 환호하고 부모들은 한숨 덜 겁니다. 아마 없어서 못 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런 '환상의 책'과 비슷합니다. 점수를 확 올려주는 공부비법이나 경쟁에 이길 수험전략에 관한 내용은 아닙니다. 공부란 무엇인지, 왜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떻게 하는 건지, 아이들이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할 방법 등을 일러주는데 읽다 보면 '아, 그렇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지식과 정서의 더함과 나눔, 이것이 바로 요즘 내가 경험하는 공부의 핵심이자 성격이다."

청소년 독서운동을 펼치는 허병두 선생님이 "우리는 늘 공부하는 사람이다"라며 하는 말입니다. 서른 네 살에 대학에 들어갔던 개그맨 이홍렬은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오래오래 하려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변호사 배금자의 부모님은 "너는 앞으로 세상에 나가 큰일을 하거라"며 꿈을 키워줬답니다. 이름난 영어강사 이보영은 "아이들 교육에 조급함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더구나 생각의 깊이와 함께 커 갈 수밖에 없는 언어능력은 '기다려주는 인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조기 교육에 목매는 부모들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이런 식으로 컴퓨터 박사 안철수, 건축가 김진애, 언론인 홍세화 등 19명의 '생각쟁이'들이 이런저런 조언을 합니다. 이들의 도움말을 압축하면 '왜? 왜? 왜? 하는 호기심을 키우자' '책을 읽자' '몰두해 보자''아주 잘 놀자''건강하자' 다섯 가지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대안학교 '하자작업장학교'의 김종휘 선생님의 꾸짖음입니다. 그는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아이들이 공부를 싫어하게 만드는 어른들이 있을 뿐이다"라고 단언합니다. 이른바 '문제아'들을 많이 겪은 체험에서 나온 말이어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책을 만든 이들은 "소신껏 아이들을 키우면 된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책"을 만들려 했답니다. 그 기획의도는 충분한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읽고 나서 "이런 책이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그래서 우리 가족 모두 읽었더라면 그렇게 시행착오를 하지는 않았을 텐데…"란 탄식을 했으니까요. 원래 초등학생들이 읽으라고 만들었다는데 오히려 부모. 교사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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