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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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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부경남 향토문화권의 짐장인 예향 진주-.
가야 문화권의 새로운 조명, 개발과 함께 향토문화의 르네상스를 열망하는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다. 가까운 현실로 다가온 국립진주박물관 개관(4월)와 경남문예회관건립착공(6월)은 이지역 문예활동 공간의 「절대빈곤」를 해소해줄 모처럼의 희망찬 일이다.
진주는 향토문화제의 효시인 「개천예술제」를 1949년부터 시작, 올해로 34회(1950년 6. 25전쟁으로 결제)를 기록하는 향토문화 개발의 선구적 고장이다.
이지역 향토문화의 정신적 지주는 파성 설창수선생(68. 시인)와 오림 김상조씨(58. 향토사학자), 중요 무형문화재 「진주검무」 기능보유자 이윤례씨(여. 81)등-
모두가 「선생」의 존칭을 꼭 붙여 부르는 설씨의 꼿한 선비정신은 오늘의 서부 영남일대 향토문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겸손과 지조·청빈낙도의 생애로 영남 사림의 맥을 오늘에 잇고 있는 파성의 활약은 아직도 퇴역 원로답지 않게 왕성하다.
선비의 탁발(?)을 겸한 그의 시화전은 지리산속의 면소재지의 마을회관까지도 찾아간다. 5. 16이후 지금까지 2백15회를 기록한 시화전 활동은 제주도 서귀포(79년)까지 이어졌다.
문교부예술과장, 문총대표의장, 경남일보주필 사장, 참의원등 경력과 일시 정치에 발을 디딘 외도를 갖기도 했지만 50여년동안 진주에 정좌, 향토문화기여에 헌신해오고 있다.
개천예술제의 창시자인 파성은 1946년 진주시인협회를 창립, 한때 「예술계엄사령관」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현재도 매년 15편정도의 시를 문예지, 신문등에 발표한다.
그러나 개인시집은 "자부할 수 없는 시"라는 겸손한 생각에서 전혀 내지 않는다.
향토사학을 이끌고 있는 오림은 71년 진주문화권연구위원회를 창립, 대학교수로부터 고교2학년생까지를 회원으로 해 매주 지표조사 및 답사를 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 연구위는 80년 문화재보호협회 지부로 됐다.
군수·문공부문화재 전문위원등의 경력을 가진 오림은 공백의 가야문화권 연구 개발에 크게 공헌해오고 있다.
특히 그가 수집, 소장하고 있는 영남일대의 사림문집 4천여원은 미개발 무명 지방서비들의 사상사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문화재 이윤례할머니를 중심으로 한 진주지방의 전통예술은 사단법인 민속예술보전회를 중심으로 「진주검무」(무형문화재12호) 「진주농악12차」 (무형문화재11호) 「한량무」(지방문화재)등이 활기있게 전승되고 있다. 지난 해는 예총지부 직할사업의 하나로 국악「대취타」(10인조)도 시작, 올해 22인조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 82년 전수회관을 건립, 전수교육을 활성화한 검무는 현재 인간문화재 5명과 준인간문화재 정필순씨를 포함한 이수자7명, 전수생 7명이 있다.
이 같은 각계원로들의 정신적 맥락을 이어받아 진주향토문화의 「현역」활약을 맡고 있는 주체는 예총지부-.
최용호지부장(46. 진주화방송 보도부장)를 정점으로 한 8개협회(문인·국악·연극·사진·무용·미술·연예·음악)회원은 3백10여명이다.
문협은 박재두지분장을 중심으로 해마다 전국대상의 종합문예지인 「문예정신」를 발간, 올해 10집을 낼 예정이다. 이밖에 문협시화전. 「송년·문학의 밤」 행사등을 연례적으로 연다.
원래 진주는 소절가 박경리·이병주·김지연, 시인 박재삼·김여정·이형기씨등의 문인을 배출한 문향이다.
문협진주지부의 대표적 회원은 시조=최재호 원용문 조종만 이명길, 시=이경순 최용호 원용문 강희근 이월수, 소설=김인배 김영화, 수필=황소부 정목일씨등.
미술은 년50여회의 서화전이 열리고 있다. 가야·추석 2개의 전문화랑과 상공회의소 전시실, 다방등이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묵진회(서예·동양화)와 추석회(동·서양화)의 그룹전도 연1회씩 열린다. 미협지부(지부장 최태민화백)가 해마다 한번씩 갖는 미협전은 올해 34회를 맞을 예정.
연극분야는 극단「현장」(회원30명)이 76년부터 년3회씩 학교강당 예식장등을 빌어 공연해오고 있다. 60년대부터 활약한 극단 「처용랑」은 70년대이후로는 활약이 거의 없다.
이밖에 경상대에 3개의 극예술연구회가 있고 극단「진주소극장」이 올해안으로 창단을 서두르고 있다.
음협지부는 해마다 악기합주발표를 한번씩 갖고 있으며 동호인 모임인 향파음악회. 진주관악회등이 연1∼2회의 발표회를 연다.
진주문화권의 문화예술 시설은 무형문화재 전수회관과 화랑 2개가 전부.
진주문화관(65년건립)이 82년 철거되면서 중요한 활동공간을 잃은 진주문화인들은 경남문예회관건립, 준공을 고대하고 있다.
진주지역 향토문화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천예술제의 변질-.
현재 창시자인 파엉은 5. 16이후 예술제의 성역인 「단군제단」를 없앰으로써 본래의 뜻을 상실했다고 해서 개천예술제 기간은 진주를 떠나 있다가 온다고 한다.
그리고 초기에는 전국규모였던 행사가 지방행사로 위축됐고 겨우 지난 해부터 도행사로 치러진다.
개천예술제를 주관하는 혜총지부측도 행사의 본질 회복을 거듭 갈망한다.
진주지방 문화예술인들은 하나같이 문예활동의 독창성을 인정, 중앙이나 지방 행정기관의 군림이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관의 지나친 보호적 관심은 체제나 조직에 적응 능력이 약한 문화예술인들의 고유한 독창성을 진작하는데 도움이 못된다는 것이다.

<진주=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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