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재미살린 「설중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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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통사극이란 당대의 왕조실록을 중심으로 역사적사실에 입각하여 만든 드라머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정통사극류는 내용이 무겁고 딱딱해지기 쉬워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연출가. 극작가의 공통과제가 된다.
MBC-TV의 『이조황조5백년』제3화 「설중매」는 바로 이러한 정통사극의 난점를 한명희. 난이. 인수대비등 몇몇 극중인물에 비중을 둠으로써 해결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정체 불명의 미모의 여인 난이가 쫓기는 장면에서부터 시작, 난이와 뱃심좋은 괴짜양반 한명희의 만남을 도입부로 설정한 것이 바로 그 좋은 예.
한명희와 난이의 관계를 통하여 한희가 품고 있는 야망을 표출하려는 시도는 일단 시청자를 끌어들이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그러나 여기서 아쉬운 것은 한명희란 인물에 대한 해석이다. 그의 기이한 행동속에 들어 있는 응어리진 한의 표출은 지금까지의 드라머 전개를 보면 미흡한 점이 없지 않나 생각된다.
「설중매」역시 오랜 준비없이 제작돼 문종서거일인 5월14일 장면이 눈발이 휘날리는 배경에서 처리돼야 하는 모순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12일 『MBC베스트셀러극장』 「창밖은 봄」에서도 준비기간이 젊은데서 오는 난센스-아지랭이. 새싹등-가 발견됐다.
드라머의 조기제작을 통해 시의성을 살려주어야만 괴리감을 느끼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
서투른 위장이나 날짜만 적어 주고 시청자들에게 알아서 이해하라는 식의 제작태도는 한시바삐 없어져야 할 것이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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