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한일회담|일각의, 북송의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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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9년2월13일-. 일본각의는 북송을 정식으로 결정했다.
상오9시부터 1시간20분간 계속된 각의에서 결정연기를 주장한 「기시」수상과 북송결정을 관철한국려는 「후지야마」외상간의 혈전에서 수상이 패배했던 것이다.
「후지야마」 외상은 「기시」수상이 결정연기를 고집할 경우외상직사임도 불사하겠다면서 사직서까지 꺼내보이는 등의 결연한 자세로 수상을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기시」수상은 한국측의 강경한 반대입장을 고려해 북송문제에 관해 한국측과 원만한 타협점을 찾은 후 결정을 내리자고 호소했으나 대신들은 외상의 방침에 동조했다.
「후지야마」 외상은 「기시」수상이 북송에 관한 유태하공사의 행렬한 활동과 이대통령의 단호한 입장천명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날밤에 듣고 이날 각의에 대비해 「기시」수상과 일전불사의 배수진으로 사직서까지 준비하는 등 주도면밀한 대비책을 세웠던 것이다.
「후지야마」외상은 이날 각의에서 결정을 못볼 경우 북송계획이 유야무야될지도 모른다는 자기나름의 분석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로선 「기시」수상에게 걸었던 한가닥 희망이 산산조각 난 셈이다. 정부는 이날 하루종일 각의를 을어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휴전협정이 조인된 53년이후 가장 긴장과 흥분에 휩싸였던 각의였다.
조장관 주재하의 국무회의에서 일부 각료들은 일본의 북송결정을 막지 못한 외무부의 무능에 대해 질책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일본의 간계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일본측의 북송기도를 좌절시켜야 한다는 종래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무회의는 일본측의 북송실행을 저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과 조치를 경우구키로 하고 부처별로 대일보복책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와 함께 범국민 북송반대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각의가 끝난후 이날 하오5시부터 외무부에서 전날의 정부. 여당연석회의의 합의에 따른 정부와 국회원내 각정파대표 연석회의가 열렸다.
조장관등 전각료와 이재학국회부의장 등 자유당 대표 6명, 조병옥대표최고위원등 민주당대표 5명, 김준연통일당대표, 장택상. 이재형씨등 무소속대표들은 24파동으로 인한 정국경색과는 상관없이 초당적으로 북송반대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조병옥의원은 『야당은 여당의 보안법날치기통과에 대한 책임추궁을 위한 대여투쟁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긴 하나 북송문제가 너무 긴급하고 중대하기 때문에 일본의 북송강행을 저지키위한 거국적 투쟁에 흔연히 동참키로 했다』고 입장을 밝혀 초당외교의 시금석을 깔았다.
이로부터 북송저지를 위한 국민운동이 전국적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메아리지기 시작했고 궁극적으로는 실패하긴 했어도 북송저지외교에 크나큰 원군이 됐다.
나는 이날 「다울링」대사의 일시 귀국으로 주한 미국대사대리직을 수행한국던 「셈 길스트래트」참사관과 1시간에 걸친 비밀요담을 했다.
「길스트래트」대사대리는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이문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이 문제로 한일간에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우리측의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맥아더」주일 미대사가 일본정부에도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미국은 이분쟁이 한일회담의 재개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것임을 한일양국정부에 권고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나는 미국이 이 문제에 중립을 지키는 것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으며 미국정부는 일본정부에 대해 북송을 철회토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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