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경쟁으로 전파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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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쟁이란 그것이 긍정적으로 기능할때 서로의 발전을 고무하는것이 된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칠때는 「경쟁을 위한 경쟁」일뿐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게 된다.
더욱 방송에 있어서의 지나친경쟁은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낭비하는 결과를 빚기때문에 심각하다.
근래 KBS와 MBC 두방송사가 일요일 아침시간대를 놓고벌이는 대형 생방송프로 경쟁은 이제 시청자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방송사간의 쓸데없는 싸움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지난달15일 상오10시를 전후하여 KBS『이웃끼리 청백전』과 MBC『겨울농어촌지금』이 맞붙은 것을 시작으로 22일에는『84KBS바둑대축제』(KBS제1TV)와『어린이 기획, 자랑스런 새싹들』(MBC), 그리고 5일에는『당신의 건강연령은 몇살입니까』(KBS제1TV) 『산맥따라국토종단』(MBC)이 약간의 간격을 두고 맞불었다.
이같은 와이드생방송프로가 지나친 것이라는데는 두가지 점에서 지적될수 있다.
그 첫째가 기본편성의 무시다.「특별생방송」이란 미명아래 KBS의경우 어린이프로그램인『모이자 노래하자』, MBC의 경우 드라머『박순경』이 매번 방영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프로그램내용상의 한계다.
「오락」이나「게임」이 아니라는 사회자의 되풀이되는 변명에도 불구하고『당신의 건강연령…』은 코미디언들의 의도적 실수를 동원, 오락적 분위기로 이끌려는 의도가 강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건강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본래 목적이 무색해졌고 태백·차령·노령등 1천6백km의 산캑스케치인 『산맥따라…』역시 기왕의 KBS 국토기행시리즈 영역을 크게 못벗어나 소재의 빈곤을 드러냈다.
과열돼 있는 대형 특집생방송등은 쓸데없는 대형화로 내용상 짜임새가 부족하고 생방송으로 인한 진행자·출연자들의 여과되지 않은 어투가 샂만하고 조잡하다는 비판을 면키어렵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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