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시즘 80년대들어 객관적소개-해방후 오늘까지의 연구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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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50년대엔 악마시했고 60년대엔 부정적 비판을 자신있게 가했고 70년대엔 상대적으로 침묵적인 태도를 취했으며 80년대엔 폭발적이라 할만큼 많은양이 쏟아져 나오고있다-.
이는 이정복교수(서울대·정치학)가 한국에서의 마르크시즘 소개현황을 표현한 내용이다(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사회과학과 정책연구』제5권 제2호).
이교수는 50년대 『사상계』가 독점했던 몇편안되는 마르크시즘에 관한 글에서 몇가지 특성을 찾아냈다. 첫째는 대부분 마르크시즘의 내용에 대한 소개는 하지않고 비판을 앞세운 점이고, 둘째는 마르크시즘과 실제적 공산주의를 구분하지 않거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취한점이며 세째는 공산주의체제로 파악, 마르크시즘의 실천적 귀결이 전체주의적 독재체제라는 점에서 이를 비판한 점이다.
60년대 일부 학생들의 진보적 성향은 반공의식에 투철했던 기성세대들에게 충격을 주었으며 이 충격은 마르크시즘에 대한 보다 많은 글로 나타났다.
이교수는 당시 마르크시즘에 관한 글들이 50년대와 다른점은 마르크시즘의 내용을 소개하고난 후 이를 비판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70년대는 한국경제가 공업화되는 연대지만 이를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했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희생은 매우 컸던 시기였다.
한국경제의 공업화와 정치적 경직화는 급진적 진보주의가 자랄 수 있는 구조적 토대가 됐다.
70년대 후반부터 「마르쿠제」「아도르노」「하버마스」등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학설이나 남미학자들의 종속이론이 청년학생들 사이에 크게 읽혔다. 이 교수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학설이나 종속이론이 마르크시즘 자체는 아니지만 두 이론이 자본주의체제의 극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마르크시즘이 이들을 통해 뒷문으로 소개된 꼴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70년대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의 고조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비판론은 그만큼 활발하지 않았던게 특징이라고 보았다. 50∼60년대 당대에 명성을 날리던 교수·평론가들이 마르크시즘 비판에 앞장섰으나 70년대에 그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르크시즘에 대한 관심은 80년대 들어와서도 지속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마르크시즘 비판경향은 이데올로기 금서기준이 완화된 82년2월 이후 현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마르크시즘과의 대결에 앞서 그 내용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는 글과 단행본들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마르크스」를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으나 이보다 「마르크스」를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서적들이 더욱 널리 읽히고 있다.
이교수는 마르크시즘의 극복이 해방이후 우리 과제중의 하나라고 지적, 보다 많은 경제학자들의 마르크시즘 비판에의 참여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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