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두뇌로 강한 중국 건설" … 정협서 박수받은 리옌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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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앨런 튜링처럼 인공지능(AI) 매니어다.”

 9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대회의실. 제12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3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2200여 위원이 갑자기 연단을 주시했다. 중국 최고지도부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 위정성(兪正聲) 정협 주석도 자료를 보다 고개를 들었다.

 연단에는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옌훙(李彦宏·47·사진) 정협 위원이 정책 건의를 하고 있었다. 발언 주제는 ‘중국 인공두뇌(大腦) 계획 추진과 발전’. 중국 정보기술(IT)과 혁신의 상징적 존재로 통하는 그는 인공지능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라고 보고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연단에 올랐다. 바이두는 인공지능 검색 기능 기술 개발을 위해 2013년 베이징에,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각각 관련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내가 튜링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인공지능은 산업 효율화의 핵심 기술이다. 의료산업과 국방, 무인자동차 개발로 국가 경쟁력 강화는 물론 인류사회 발전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튜링은 올해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를 풀기 위해 인공지능 기계를 만든 천재다.

 리는 선진국을 예로 들었다. 미국은 2010년부터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기획국(DARPA)에서 인공지능 계획을 총괄하고 무기와 정보 분석, 의료 분야 등의 연구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이미 코넬·스탠퍼드 등 5개 대학과 IBM의 인공지능 연구에 490만 달러(약 55억원)를 지원하는 등 수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13년 1월부터 독일과 프랑스 등 21개 회원국 112개 기업·연구소·대학이 참가해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투자된 연구비만 11억9000만 유로(약 1조4000억원)다. 각국이 이미 인공지능을 국방은 물론 재난 방지, 무인자동차 개발 등 미래 신성장동력의 주력 산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리는 “정부가 국립 연구기관과 기업들에 산재한 관련 연구를 빨리 통합해 관리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단계적 전략을 제시했다. 첫 단계는 조사와 분석을 통해 미래 핵심 기술을 선정하는 것이다. 산업용 로봇과 언어·그림·영상 인식, 무인 운전, 인공 제어 기술, 의료 진단, 무인기 등이 그가 추천하는 미래 기술이다.

 둘째는 경쟁전략이다. 핵심 기술의 경우 지금까지 국가가 말을 고르듯 선정해 연구를 지원했으나 이제는 자유경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가는 연구 인력과 연구 정보 공유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건의했다. 마지막 단계로 그는 융합을 거론했다. 관련 기술을 산업과 군사 분야로 확대해 산업과 군사 강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곧바로 국무원 심의를 거쳐 국가 정책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팡진칭(方錦淸) 중국원자력과학연구원 연구원은 “국가를 위해 정말 필요한 건의다. 인민해방군 산하의 일부 연구소에서 인터넷 과학 등을 활용해 관련 연구를 하고 있어 기초는 튼튼하다. 군과 정부, 민간 기업이 참여하고 여기에 해외 인재를 유치하면 중국 인공두뇌 계획이 속도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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