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목적 위한 토지수용이라도 절차 무시하면 위법"|서울고법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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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가기관이 절차를 무시하고 개인 땅을 수용했다면 그 수용사유가 공공북리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같은 판결은 현행 행정소송법이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잘못된 행정처분도 취소치 않을 수 있다』는 「특별사정의 예외규정」(제12조)을 내세워 국가기관이 부당한 처분을 내리는 사례에 대한 제동으로 풀이되고있다.
서울고법 제1특별부(재판장 김정현부장판사)는 30일 조이연씨(부산시 우동397의90)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낸 토지수용재결처분취소청구소송에서 이 같이 밝히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부산시 덕천동 일대 원고 조씨 소유 임야 1천2백여평방m에 대해 내린 토지 수용을 취소하라』는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조씨의 땅은 국방부가 예비군훈련장부지 조성을 위해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해 수용한 것.
국방부는 78년 12월 건설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아 이 일대 토지소유자들에게 통보하고 사업내용에 대한 건설부고시를 거쳐 협의를 시작했으나 원고 조씨와는 혐의가 성립되지 않자 79년7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신청을 했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80년 6월 문제의 토지를 같은 해 7월30일을 수용시기로 해 수용재결했다. 그러나 국방부 측이 수용시기까지 수용보상금을 공탁치 않아 81년 2월 수용재결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80년 6월의 수용재결은 취소됐지만 78년 12월 내려진 건설부의 사업승인과 79년 7월 국방부의 수용재결신청은 유효하다고 보아 81년 12월 문제의 땅을 다시 수용재결했다.
원고 조씨는 국방부 측이 법정기한 내에 보상금을 공탁치 않았으므로 본래의 재결이 실효 됐을 뿐 아니라 건설부의 사업승인과 국방부 측의 재결신청도 효력이 상실됐음에도 사업승인은 유효하다는 이유로 다시 이의재결을 한 것은 위법이라며 소송을 냈었다.
이에 대해 피고위원회는 문제의 당이 현재 예비군훈련장으로 쓰이고있어 재결처분이 취소된다면 향토방위를 위한 예비군훈련을 중지해야하고 시설물철거에 막대한 경비가 늘기 때문에 수용절차에 잘못이 있었더라도 공공복리를 의해 원고 조씨의 청구를 기각해야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그러나 『부당한 행정처분과 그 취소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공공복리상의 피해를 비교해야하지만 원천적으로 절차가 잘못된 처분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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