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이정현 막아라'… 야당, 천정배 광주 출마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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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오른쪽은 전병헌 최고위원. [김경빈 기자]

지난 8일 오후 5시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실. 양승조 총장과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등 4·29 보궐선거 기획단 간부들이 모였다. 문재인 대표 비서실장인 김현미 의원과 강기정 정책위의장,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함께였다. 9일 천정 배 전 의원의 광주 서을 보선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하루 앞둔 시점에 열린 긴급대책회의였다.

당 관계자는 “7·30 순천-곡성 선거를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내준 전철을 두 번 다시 밟아선 안 된다는 긴박감 때문에 소집된 회의”라고 전했다. “당 소속의 모든 의원을 광주에 집결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문밖으로 흘러나왔다. ‘천정배=제2의 이정현’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의원 130명이 광주를 돌아다녀야 한다는 얘기였다.

 광주 지역 3선 의원인 강기정 의장은 “이번 작전은 철저히 ‘실사구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통과시킨)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지원 특별법(아문법)을 부각하며 ‘새정치연합이 광주를 책임지겠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하자”고 했다. 지난해 7·30 보선 때 이정현 의원이 ‘예산폭탄’을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것을 의식한 대목이다.

 7일엔 광주 지역 의원들이 긴급회의를 열어 “천 전 의원은 탈당과 출마를 재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려 했다. 역시 지난해 7·30 보선으로 등원한 권은희 의원이 “광주 의원 대 천정배의 싸움으로 가선 곤란하다”고 반대해 성명서 발표는 무산됐지만 새정치연합의 위기감을 알 수 있다.

 이날 천 전 의원은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판을 짜서 호남정치를 부활시키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만년 야당에 만족하는 새정치연합으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며 “온건하고 합리적인 진보세력과 양심적 인사들을 망라해 광범위한 세력을 규합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국민 속에 형성되고 있는 정권교체의 기회를 무산시키려는 행위”라며 “명분 없는 탈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위문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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