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 내일인데 … 무자격 유권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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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가 11일 치러진다. 8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산 입구에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투표참여 독려 및 부정선거 방지 캠페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광주시 농협 조합원 A(62)씨는 1980년 초 밭을 모두 팔아치웠다. 그 뒤론 농사를 지은 적이 없다. 하지만 농업인만 가능한 농협 조합원 자격은 3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짝퉁 조합원’이라 불리는 무자격 조합원이다. 그럼에도 오는 11일 열리는 ‘제1회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 선거인 명부에 이름이 오른 상태다.

 전국 농·수·축협과 산림조합장 1326명을 동시에 뽑는 3·11 동시선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일로 최종 확정된 선거인 명부에 투표권이 없는 무자격 조합원이 상당수 들어 있다는 논란이다. 자칫 낙선자들이 반발해 대거 선거무효 소송을 내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기도 여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여주축협에서 무자격 조합원 561명을 탈퇴시켰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거인 명부에 이름이 올랐다가 선관위에 의해 빠졌다. 여주축협이 지난해 말 조합원 1712명 중 무자격자 581명을 확인하고도 일부만 탈퇴시켰다 반발이 일자 선관위가 나서게 됐다.

 앞서 지난 5일엔 경북 의성축협에서 1917명 조합원의 약 40%인 772명이 제명됐다. 선거에 나온 한 후보가 “무자격자들이 상당수 선거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해 전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다. 경북농협 권태한 회원지원반장은 “772명 모두 가축을 키우지 않았다”며 “ 1년 안에 키우겠다 는 계획서를 내고 조합원 신분을 유지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선거를 앞두고 걸러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충남 S축협은 짝퉁 조합원들이 대거 선거인 명부에 올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자체 조사 결과 조합원 2263명 중 1238명(55%)이 무자격인 것으로 드러났다. S축협은 이들 중 200여 명만 탈퇴시키고 나머지는 “1년 내에 가축을 키우겠다”는 계획서만 받은 채 그대로 뒀다. 익명을 원한 S축협 관계자는 “상당수는 걸릴 때마다 계획서를 내고 자격을 유지하는 것을 반복할 뿐 실제 가축을 기르진 않는다”고 했다. 경기도 H농협 역시 짝퉁 조합원 1000여 명을 찾아냈으나 이 중 25명만 탈퇴 대상으로 했다. <본지 2월 2일자 6면>

 이런 가운데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는 9일 성명서를 내고 “무자격 조합원이 대거 포함된 명부를 바탕으로 선거를 하면 전국적으로 당선 무효와 조합장 직무정지 가처분 등 각종 소송이 예상된다”며 “즉각 선거를 중단하고 새로 선거인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 대전지법은 “무자격 조합원 수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 선거는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 이호중 사무국장은 “선거가 닥친 지금 다시 조합원 실태 조사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시는 자격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선거 후에라도 농협중앙회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무자격자를 탈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욱·김윤호·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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