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보 확산의 전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상은 우리가 항상 추구하고 지향해야할 바이지만 이를 달성하는데는 단계적인 과정과 점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환경과 조건을 무시한 채 목표만을 바라보고 조급하게 서두르기만 하면 무리와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것은 개인적인 이상이건 국가 정책이건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민정당이 올해 주요 정책 과제의 하나로 지역 의료보험의 확대를 설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신중을 기해야할 일인 것 같다.
민정당은 현재 목포 등 6개 시·군 시범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2종 지역보험을 올 하반기부터 다른 지역까지 확대 실시하여 80년대 말까지는 전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는 목표를 세웠다. 현행 직장 의료보험 (1종) 은 5인 이상 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한정돼있어 일정한 수입이 보장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고있다.
따라서 영세한 농어민이나 도시 저소득 층, 즉 의료혜택이 가장 필요한 계층이 소외되고 있는 실정은 시정돼야하고 그러려면 지역 의보의 확대 실시가 바람직하다는 논리이다.
복지란 온 국민에게 골고루 평등하게 수혜 돼야하며 소득과 계층에 차별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질병에 대한 진료에 있어서도 그 혜택은 차별이 있을 수 없다. 특히 저소득층의 의료 수혜는 자력으로만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국가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정책적 시혜는 시간이 빠를수록 좋다. 의료 혜택의 범 국민적 평준화라는 이상을 추구하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난 81년 7월부터 시범적으로 실시된 홍천·옥구 군위·강화·보은·목포 등 6개 지역의 지역 의보가 그동안 노출시켰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보험료의 미수에 의한 의보 조합 자체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고 병원에 지불해야할 진료비가 수개월씩 밀려 병원이 문을 닫을 위기에까지 몰고 갔던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의사와 약사간의 분업 문제는 심한 부작용과 반발을 일으켜 아직도 해결을 못보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이러한 경험과 현실을 고려하여 다시는 시행착오가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80년대 말 국민개보험의 실시가 국민의 평균적인 소득의 균형과 의보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의과분업의 합리적인 조정 등이 면밀히 검토되고 무리가 따르지 않는 방안이 강구돼야 하겠다. 일본의 경우만 해도 의료보험을 시작한지 30년 이상이 지나서야 비로소 국민전체의 수혜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참고가 될법하다.
현 단계에서 농어민이나 도시 저소득층이 의료혜택을 입을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의 의료비 부담을 정부가 일부 덜어주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보험료의 부담이 힘에 겨운 저소득층을 상대로 의료보험을 실시한다는 것은 이미 시범 6개 지역에서 그 어려움이 입증된바 있다.
따라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영 진료소의 확충과 무의촌의 일소에 정책 목표의 우선을 두고 추진하는 일이 더 급하다.
지역 의보의 확대는 지역 주민들의 소득수준을 고려하고 보험에 대한 인식도를 제고한 뒤에 서서히 신중하게 할 일이다.
그리고 현재 일부 시범 지역에서 해결을 못보고 있는 의약 분업 문제도 원만한 방안이 강구돼 좋은 선례를 남겨야만 한다. 이것 또한 지역 의보 확대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