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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대중화 앞장선 분들께 인사드리는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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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남녀의 생식세포가 고르게 반·반씩 섞여 새 생명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몰랐어요. ‘남자는 씨앗이고 여자는 밭’이라고 잘못 생각했죠. 과학 지식이 보급된 덕에 남녀평등이 실현됐고, 여자 대통령까지 나오게 됐어요. 그런 일을 열심히 해준 분께 ‘고맙다’고 인사를 하겠다는 겁니다.”

 송만호(69·사진) 유미과학문화재단 이사장(유미특허법인 대표 변리사)은 6일 제 1회 시상식이 열린 유미과학문화상 제정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상은 훌륭한 업적을 낸 과학 석학이 아니라, 과학 지식 보급에 기여한 작가·번역가·언론인 등에게 주어진다. 상금이 3000만원으로 정부가 주는 ‘한국과학상’과 같다. 송 이사장과 그의 50년지기 김원호 변리사가 각각 1억5000만원을 내놔 재단을 만들었다. 소속 법인은 매년 운영자금 1억5000만원을 내놓기로 했다.

 송 이사장은 “노벨상 후보 지원은 정부·대기업이 많이 하고 있다. 우리는 일반인들에게 과학의 성과를 널리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사고와 건전한 상식이 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변리사는 기술의 법적 권리(특허)를 다룬다. 기술이 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범 과학기술계’에 속한다. 하지만 변리사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 더구나 송 이사장은 서울대 철학과 66학번으로 문과 출신이다. 그는 “김용준 전 고려대 교수가 쓴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를 읽고 지적 충격을 받았다. 이후 과학책 읽기에 빠졌다”고 밝혔다. 주로 천체물리학·뇌과학 등의 분야 책이었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는 세 번이나 읽었다. 과학문화상 제정은 그런 독서열이 낳은 열매인 셈이다.

 올해 첫 상은 박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이 받았다. 그는 회원 수 4000명이 넘는 일반인들의 자연과학 공부모임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일명 박자세)’을 10년 넘게 이끌고 있다. 엔지니어이지만 『뇌, 생각의 출현』 등 과학 베스트셀러도 여럿 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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