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무원들 마피아와 밀착|베니스 등 카지노 기습 수사서 흑막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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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탈리아가 두달째 「카지노 돌풍」에 휘말려 있다.
북부 지방 카지노를 장악하고 있는 마피아 조직 소탕 작전이 몰고 온 회오리바람이다.
수사 당국의 대규모 검거 작전은 작년 11월11일 자정에 시작됐다. 자수한 마피아 단원의 협조로 작전은 오래 전부터 면밀히 준비됐다
당국은 이날 밤 2천명의 경찰과 헌병을 산레모, 베니스, 캄피오네, 산타 빈센트 등 4개 도시의 도박장에 동시에 투입했다.
1백 여대의 차량과 여러 대의 헬기, 경비정. 경찰견이 동원된 이 작전은 작전 개시 직전까지 비밀에 붙여진 전격적인 것이었다. 작전이 진행되는 6시간 이상 동안 베니스 등 4개시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됐다.
카지노 급습 작전은 도박장을 무대로 한 마피아 조직의 수탈과 이들이 각종 범죄를 통해 긁어모은 「부정한」 현금의 도박장을 통한 유출 증거 확보가 목표였다. 수확은 수사관들조차 놀랄 만큼 컸다.
도박장 급습에서 확보한 각종 장부 등 증거물을 통해 수사진은 그동안 마피아 조직과의 관련 혐의, 또는 공금 횡령, 탈세, 공문서 위조, 뇌물수수, 기타 부정 행위 등 혐의로 65명을 검거했다.
예상대로 마피아 조직은 도박장을 통해 부정한 현금을 마음놓고 소화시키는 한편 갖가지 방법으로 금품을 갈취해온 사실이 드러났고, 이들과 결탁한 정치인들과 관리들의 부정도 한꺼번에 밝혀졌다.
산레모와 캄피오네 시에선 마피아의 수중에서 놀아난 상당수의 시청관리가 수감되는 통에 시 행정이 마비될 형편이며, 다른 도시도 정도차이는 있을망정 같은 사정이다.
산타 빈센트 시에선 도박장 회계를 감시해야 할 관리들이 카지노 금고의 돈을 자기 돈처럼 빼내 썼으며, 어떤 공무원은 도박장 하루 수입의 10%를 일당으로 받기도 했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 중에도 카지노 경영권을 둘러싼 흥정과 과세상의 편의 제공 등으로 뇌물을 받은 이가 많았다.
특히 수사관과 시민들을 놀라게 한 것은 마피아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 정치인들이 기민당·자유당·공화당·사민당·공산당·사회당 등 이탈리아의 모든 정당을 망라한 인사들이란 사실이다.
각 정당 중에서도 기민당이 비교적 많은 구설수에 올라있는데 카지노에서 거금을 털리고 급기야 공금을 유용했던 산레모 시 근처 임페리아시의 「안토니오·스카욜라」 시장이 구속되는 바람에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스카욜라」 시장은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에 지방을 책임진 기민당 총책.
게다가 같은 기민당 소속의 「만프레도·만프리니」 재무 차관이 카지노 사건과 관련,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게돼 카지노 돌풍은 이탈리아 전국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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