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TV방송-한국 전역이 시청권에|일서 23일 우주 직접 중계 위성 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일본이 오는 23일 실용 방송 위성 「BS-2а」호를 적도 상공에 쏘아 올려 일본 TV전파가 우리 나라 전역을 뒤덮게 됐다. 3개월간의 시험 방송을 거쳐 5월부터 사용되는 이 방송위성은 일본이 지난해 쏘아 올린 통신 위성 「CS-2а」 (사꾸라 2호)와 「CS-2b」보다 출력이 2배나 강력한 l백 와트로 남한 전역이 그 영향권에 들게 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이를 차단할 방법은 고사하고 그 영향 도를 측정할 장비조차 전혀 없는 무방비 상태다.
이 바람에 일본 문화, 특히 일본TV의 잔인한 무사극이나 원색적 애정 프로가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우리 안방에까지 그대로 침투돼 엄청난 영향과 문화적 쇼크를 일으킬 것이 우려되고 있다.
지금도 부산 등 남부 지방은 간단한 안테나 시설로 일본 TV 화면이 그대로 수신돼 적잖은 부작용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이 지난 81년 국제 통신 연합 (ITU)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방송 위성의 출력강도는 부산 지역의 경우 일본의 약 4분의 1이나 되고, 경남북·전남 지역은 10분의 1, 서울 북방은 1백분의 1 수준이다.
한국 전기 통신 연구소는 이 같은 전파의 출력 강도라면 방송 위성용 TV에 부산에서는 직경 1·2m, 서울에서는 1·6m짜리 접시형 퍼래벌러 안테나 (30만원 정도)만 달면 일본 TV의 화면을 선명하게 수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국내의 경우 인구가 많이 집중된 도오꾜나 오오사까 등지에서는 직경 75cm이하, 훗까이도 (북해도)나 규우슈 (구주)에서는 직경 90∼1백cm의 안테나로 수신할 수 있다. 따라서 부산에 도달하는 일본 TV전파는 일본 훗까이도 북부에서의 강도와 비슷한 셈이다.
특히 이 방송 위성은 현재 TV수상기 주사선의 2배에 달하는 1천1백25개의 주사선을 보유, 선명도가 35㎜ 영화 수준에 달해 국내 시청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전파의 이 같은 무국 경성 때문에 방송 위성의 발사에는 인접 국가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나 일본은 지난 78년 실험용 방송 위성을 쏘아 올릴 때 우리 나라와 협의, 합의한 것을 토대로 이번 실용 방송 위성 발사엔 사전 협의 없이 쏘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측이 통고한 전파의 특성 및 강도를 수신, 측정하는 위성 전파 감시 기능이 없어 일본 방송 위성의 전파 월경이 과연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전혀 측정할 수 없는 상태다.
체신부 전파 연구소는 이에 따라 금년에야 뒤늦게 50만 달러에 달하는 위성 전파 추적 안테나 연구 시설을 외국에 발주, 85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방송 위성의 제원>
▲중량 3백50㎏ ▲출력 1백 와트 ▲전원=태양 전지 사용 ▲위치=동경 1백10도 적도 3만6천㎞ 상공 ▲수명 1년6개월 ▲TV주사선 1천1백25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