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 왜 못 막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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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나라 관광 호텔은 무궁화 숫자를 갖고 특급·1·2·3급으로 등급을 정하고 있다.
대아 관광 호텔은 무궁화가 3개인 2급이다. 외국 같으면 미들 클래스에 속한다.
여행 알선 업자들의 분류에 따르면 외국인 투숙객을 기준으로 할 때 2급 관광 호텔은 여행비를 적게 들이는 단체 관광객의 투숙에 알맞은 곳으로 되어 있다.
이런 곳에서 불이나 38명이 죽고 68명이 다쳤다. 화인은 석유난로 폭발이었다.
2급이라 해서 난방에 석유난로를 사용해도 좋다는 법규는 없다. 관광 사업법 규칙에는 난방 시설로 스팀을 설치하도록 된 1등급과 똑같은 기준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난방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종업원들이 위험한 불씨를 사용했고 불이 나자 그들은 투숙객보다 자신들의 안전을 찾아 먼저 달아난 것이다.
고객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수칙마저 무시한 시설주나 종사원들의 정신자세에서 관광 산업의 어두운 한 면을 읽을 수 있다.
나아가 아무리 소득이 높아지고 생활이 풍요로와 졌다해도 우리의 민도가 아직 이 정도라고 한다면 지나친 자학일까.
선진국에서는 산업이 발달되어 기계 문명이 팽창할수록 진정한 의미의 서비스는 「안전」 이란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고도 성장으로 줄달음만 쳤지 이를 보완 할 안전을 도외시했다. 고층 빌딩이 늘어나고 외관은 반듯하고 화려한 내장을 한 호텔은 들어섰어도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경영 윤리도, 행정력도, 도덕 수준도 뒤따르지 못했다.
시설주는 영리에만 급급, 소방 안전에의 투자를 외면했고 당국은 형식적인 점검에 그쳤고 안전 교육은 제로였다.
안전 인구의 저변 확대-. 안전한 사회는 안전을 실현시키려는 굳은 신념을 가진 구성원이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번 대아 호텔의 참사가 준 교훈도 소방 당국이나 행정청의 행정력에 의한 규제나 지도보다도 바로 방재 의식의 생활화가 앞서야겠다는 생각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3∼6세 어린이에게 기본 교통 법규를 가르치고 성냥과 라이터의 안전 취급법을 가르친다. 또 6∼10세 학생에게는 가정에서의 화재 및 산불 예방·홍수·폭풍 등 재난에 대비하는 안전 교육, 10∼12세에게는 기계·전기·가스등에 관한 안전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이들이 성장해서 경영자가 됐을 때 방재가 톱 매니지먼트의 왕도이고 톱은 인간을 존중해야한다는 철학이 몸에 배어있게 된다는게 방재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안전 교육이 잘된 어린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는게 우리 실정이다.
대형 화재의 악순환 때마다 지적되는 관계 당국과 업주와의 「유착」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86아시안게임이 눈앞에 다가왔고 곧 이어 올림픽이 열린다.
곰곰 생각해 볼 문제다. <고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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