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횡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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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달 전에 딸아이의 편도선 수술을 위해 세브란스병원을 찾아가 수술예약을 하고 입원일자·수술일자는 물론 담당과장의 특진까지 신청해놓고 X레이도 미리 찍어 놓았다.
한데 막상 입원 날짜가 돼 아침 9시부터 병원을 찾아가 입원수속을 서둘렀는데도 빈 입원실이 없다며 입원을 시켜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기다린 끝에 그날밤 11시50분이 돼서야 겨우 입원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입원실에 들고 보니 간호원들의 말은 그 방이 하루 종일 비어있었다며 도리어『내일 수술할 환자가 지금 들어오다니 어쩌자는 것이냐』며 닦아 세우는 것이 아닌가.
조금 더 있자니 이번에는 미리 찍은 X레이 사진이 없어졌다며 퉁명스레 다시 찍으라고 해 사진까지 다시 찍었고 설상가상으로 자정이 넘자 담당의사라는 사람으로부터「간단명료」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오더니『소변검사 결과가 안 좋아 수술을 할수 없으니 퇴원하라』는 일방적인 통고까지 덧붙여져 결국 새벽 1시가 돼서 병원을 쫓겨 나오고 말았다.
병원도 기업이고 또 의사·간호원들이 얼마나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가를 모르느게 아니지만 이러고도 대학병원이라는 간판을 걸어놓을 수 있을까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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