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HS형, VTR 대세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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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정용 VTR를 둘러싼 VHS형과 베타형과의 치열한 경쟁은 지난해 말 이후 VHS쪽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다.
소니사와 함께 베타 진영의 유력한 멤버였던 도오시바가 유럽 시장을 노리고 영국에서 VHS방식의 VTR를 생산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올 들어는 미국의 제니스사가 지금까지 소니사의 베타 방식을 버리고 올 2월부터 일본 빅터사의 기술과 시설을 도입, VHS방식 VTR를 생산·판매키로 바꾸어 버리는 등 베타 진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올 4월부터 영국에서 VHS방식 VTR를 생산키로 한 도오시바는 그 이유로 적어도 EC국가에 있어서는 소프트웨어나 가격 등 여러 가지 점에서 VHS방식과 맞 싸우기는 힘들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로 EC시장에서의 상황을 보면 대세는 이미 VHS로 기울어 있다.
일본 빅터를 중심으로 한 VHS진영을 중심으로 70%를 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나머지를 베타 방식과 네덜란드의 필립스, 서독의 그룬디히사가 생산하는 V2000방식이 나눠 갖고 있는 상태.
더욱이 올해부터는 필립스, 그룬디히사도 마쓰시따와 기술 제휴, VHS방식의 생산에 착수할 예정으로 있어 유럽에서의 승부는 사실상 판가름 난 상태.
베타진영에서는 도오시바 뿐 아니라 제너럴사도 수출용은 VHS 방식으로 바꿀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히고 있고, 일전 흠일렉트로닉스도 VHS방식으로의 전환을 표명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의 발판이 갈수록 흔들리는 처지. 주요 멤버의 하나인 산요전기도 이미 자회사인 동경 산요를 통해 수출용 VHS방식 VTR를 생산하고 있어 일본 시장이나 해외 시장에서 모두 베타 방식만을 고수하고 있는 곳은 소니 뿐.
그러나 도오시바는 현재는 EC 이외의 시장에 대해서는 베타 방식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태.
VTR에 있어서 베타형은 일본 소니사가, VHS형은 일본 빅터사가 개발한 것인데 소니는 기술 이전을 적극 억제한 대신 빅터사는 기술을 많이 팔아 결과적으로 VHS형이 널리 보급되었다. VHS형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소프트웨어도 자연히 많이 개발되어 VHS보급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지난 76년 세계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보였던 베타형이 지난해에는 25%로 뚝 떨어졌다.
베타 진영의 맹주인 소니의 83년 매상은 지난 8년만에 처음으로 전년에 비해 줄었다. 이는 소니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VTR의 판매 저하가 결정적 원인이었다.
일본 시장에 대해서만큼은 베타 방식이 35% 정도의 시장 점유를 보여 그런 대로 겨룰만한 상태. 박형 VTR와 카메라 일체형 VTR, 고음질 하이 VTR 등 일련의 신제품 개발 경쟁에서는 소니의 베타 방식이 VHS보다 한 걸음 앞서있다.
그렇지만 VTR층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EC시장 등 해외 시장에서 나타난 결정적인 열세가 베타 진영의 결속을 크게 흔들리게 하고 있는 것.
그러나 VHS진영에서도 VHS방식의 시장 셰어가 늘어난다 해서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필립스, 그룬디히의 VHS참여는 유력한 경쟁 상대를 키우는 격으로 장기적으로 마이너스라고 보고 있고, 도오시바가 EC에서 VHS를 본격 생산하고 나서는 것도 결국 기존VHS참여 기업의 시장을 잠식당하는 것이라는 경계의 소리도 높다.
VTR경쟁의 또 다른 변수는 8㎜비디오의 상품화 시기 문제다.
8㎜비디오는 베타나 VHS방식 등 현행 가정용 VTR가 폭 12·7m짜리 테이프를 쓰는데 비해 8m짜리를 사용,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게 특징.
8㎜비디오는 물론, 여러 가지 강점이 있지만 기존 VTR도 지금이 판매의 최정점에 있는 상태여서 각 사가 저당한 상품화 시기를 찾느라 눈치만 보는 상태.
마쓰시따 전기가 의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소니, 일본 빅터 등 대부분은 아직도 상품화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금성사가 VHS형을, 대우전자가 베타형을, 채택하고 있으며, 새로 출범한 현대전자도 일단 소니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베타형을 생산할 계획. 8㎜비디오의 경우 지난해 삼성전자가 개발에 성공했지만 상품화는 아직 먼 단계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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