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보름내 난자 기증 참여 할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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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가칭 연구, 치료목적 난자기증을 지원하기 위한 모임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젠엔터테인먼트 이수영 대표이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우석 교수팀이 아니더라도, 난자가 필요한 연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성공한 벤처기업 CEO'가 '난자 기증운동 전도사'로 나섰다.

재단법인 '연구.치료목적 난자기증 지원모임'의 초대 이사장으로 추대된 이수영(41) 아이콜스 대표이사는 21일 "황 교수 이외에도 인류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연구진에 무상으로 난자를 지원할 방침"이라 밝혔다.

재단기금 5억원을 전액 출연하는 등 '연구용 난자 기증'모임의 설립을 주도한 이 대표는 3D 게임 '뮤'로 무명의 벤처기업 웹젠을 세계적인 게임 기업으로 키워낸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해에는 전신마비장애를 딛고 미국 뉴욕시 형사법원 판사로 임명된 정범진(38)씨와 결혼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인 이 대표가 난자기증운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1년전 우연히 황 교수의 연구실에 갔다가 (난자기증은)'막연히 여자가 도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최근 황 교수팀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재단 조직을 서두른 것 뿐"이라며 "황 교수에게 직접적인 부탁을 받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불치병이나 희귀병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연구가 '난자매매'등의 행위로 인해 손가락질을 받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황 교수만을 위해 난자기증운동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난자를 이용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면, 황 교수 뿐 아니라 난치병 치료나 인류복지 증진을 위해 필요한 연구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그는 이어 "기증받은 난자를 연구.치료 목적 외에 사용되지 않도록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며 난자 기증 활성화의 전제조건으로 투명한 난자 관리를 꼽았다.

또 "무엇보다 난자 기증자의 건강 보호를 우선으로 할 것"이라고도 했다. "(난자를) 기증 받은 이후 기증자의 건강을 보살피지 않는다면, 누가 난자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겠냐"는 설명이 이어졌다.

난자기증 지원 모임 설립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지만, 이 대표가 넘어야할 장애물은 여전하다.

우선 자발적인 난자의 기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난자 채취를 위한 복잡한 절차도 부담스럽다.

황 교수팀에 난자를 제공해 온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연구에 필요한 난자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 보상을 전제로 기증받았다"고 밝힌 것도 난자채취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을 도외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저도 앞으로 보름 안에 난자를 제공하며 겪어야 할 것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신체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는 하지만, 기증하시는 분들이 인류와 이웃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고통을 인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인류를 위해 커다란 공헌을 한다는 자부심이 고통보다 더 큰 의미가 되지 않을까요."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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