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앞 거리 … 걷고 싶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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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비좁은 보도와 무질서한 간판 등으로 걷기가 짜증스러웠던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앞 거리가 '찾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했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올 7월부터 29억여원을 투자해 이화여대 전철역(지하철 2호선)~이화여대 정문~신촌 기차역의 500m 구간을 보행자 주심의 '찾고 싶은 거리'로 바꾸는 사업을 최근 마무리했다고 23일 밝혔다. <본지 2004년 9월 3일자 12면 참조>

서울시는 이 구간에서 운영하던 폭 12~15m의 2개 차로를 1개 차로(폭 3.5m)로 줄이는 대신 보도를 그만큼 넓혔다. 차도와 보도 경계에 주.정차 차단 조형물인 볼라드(돌말뚝)와 가로 벤치 등을 설치해 이 지역에 불법 주.정차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거미줄처럼 늘어져 있던 약 3000m의 한전 전기선로를 지하에 묻고, 전신주 33개를 없앴으며 분전반 31개도 인근 건물이나 공공부지 안으로 옮겼다. 오래된 가로등 13개를 없애고 대신 조형미를 갖춘 가로등 47개를 새로 설치했다. 기존 가로수 41개를 정비하는 동시에 작은 수목 1578개를 새로 심었으며 아담한 녹지 광장을 두 군데 만들었다. 또 이화여대 전철역 출입구 두 곳에 미끈한 모양의 유리 캐노피(덮개)를 씌웠다.

이와 함께 이 일대 상가 점포주들을 설득해 무질서했던 간판 등 옥외광고물과 건물 외관을 스스로 정비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36곳이 간판을 스스로 철거했으며 98곳은 간판을 정비했다. 또 14곳은 건물 외관을 리모델링했다.

이곳 상가번영회 김용호(51) 회장은 "간판 정비 사업에 자율적으로 참여한 상인들이 무질서했던 거리가 아름답게 변모한 것에 대단히 기뻐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거리를 거닐다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해 침체한 경기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화여대 등 대학가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영화관.극장.전시장.도서관.학원 등 문화.교육 시설이 새로 들어올 경우 용적률 등을 완화해주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화여대 일대의 경우 올 9월 변경된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건물 전체면적의 30% 이상을 문화.교육시설로 사용할 경우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전체면적)이 기존 400%에서 최대 600%까지 높아진다. 단 건물 높이는 7층 28m 이하로 제한된다.

현재 시는 이화여대에 이어 경희대 주변 대학가의 지구단위계획을 조만간 변경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서울대.성균관대.숙명여대.한양대.홍익대 등지의 대학가 지구단위계획을 새로 수립하거나 변경할 계획이다.

서울시 김효수 도시관리과장은 "이화여대 주변의 무질서한 거리가 활력이 넘치는 보행자 중심의 '찾고 싶은 거리'로 확 바뀌었다"며 "다른 대학가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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