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을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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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식생활의 질과 위생관념이다. 의생활·주생활은 물론이고 식생활이 국제적인 다양성을 흡수하면서도 고유의 전통성을 유지하고 영양가에 있어서도 충실해야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제돼야 할 것은 정갈하고 산뜻한 청결함이 모자란다면 국민보건과 위생 면에서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아무리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이 좋은 음식이라도 청결하지 못하고 비위생적일 경우 그것은 인체에 포만의 충족감은 줄지 모르나 종내는 각종 해악과 질병의 요소를 축적시켜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국민의 전체적인 소득은 올라갈지라도 완벽한 식문화를 누리지 못할 때 결코 문화국민이란 평가를 받기는 어렵게 된다.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아직도 선진국의 수준에서 거리가 멀고 우리 스스로 판단할 때도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구석이 너무나도 많다.
불결하기 짝이 없는 음식점부엌, 곳곳에 널려있는 불량·부정식품, 심심지 않게 발생하는 식중독사고 등은 국민들의 위생관념의 부족에서 파생되는 수치스런 후진현상들이다.
특히 외식생활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데도 음식점의 위생관리는 고하를 막론하고 거의 예외 없이 영점상태이다. 심지어는 최근 일부 음식점에서 손님이 먹다 남은 음식을 다시 내놓는 일이 적발됐던 사실을 상기해보면 접객업소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의무조차 이행되고있지 않다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더욱이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우리국민은 국가이미지의 제고라는 막중한 실무를 짊어지고 있다. 우리문화의 전반적인 모습을 외국인에게 과시해야할 입장에 있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에게 내보일 우리의 식문화 수준임은 물론이다.
이러한 마당에 대장균이 우글거리는 행주에 의해서 각종 식기가 오염돼있고 심지어는 음식 찌꺼기가 제대로 씻기지 않은 식기들이 그대로 눈에 띄는 경우도 많다.
종업원의 청결과 서비스자세도 문제다. 불결한 손과 복장으로 음식을 나르는 일은 손님의 즐거운 식사분위기를 손상시킨다. 성급하고 불친절한 손님 응대는 음식 맛을 보기에 앞서 불쾌감을 주게된다.
깨끗하고 친절한 음식점에서 안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우리국민 전체의 숙원이요 과제이다. 그러려면 영업 자나 종사원의 자각과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영업주나 종업원에게 위생교육과 청결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위생시설에 대한 감독과 우수업소에 대한 특혜제도를 강화해 나가야할 것이다.
우리 식문화의 문제점은 음식점의 위생과 청결에만 그치지 않는다. 불량·부정식품의 추방이다. 국민보건을 해치는 것은 비위생적인 음식점 뿐만 아니고 가짜식품·부정식품, 보기에만 그럴듯하지 유해색소를 사용한 식품들도 근절돼야만 한다.
모든 음식점이 위생적이고 친절하게되고, 불량·부정식품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업자들의 양식회복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도·감독도 중요하겠지만 국민각자의 보건위생관념의 고취도 매우 중요하다. 불결한 음식, 부정한 식품이 팔리지 않고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민들이 일치단결해서 이들 음식을 철저히 외면하는 길도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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