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콘칩 … 할랄식품으로 수출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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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했다. 스카프에 해당하는 ‘쉴라’를 쓴 박 대통령이 현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슬람 전통에 따라 모스크를 방문하는 남녀는 모두 팔과 다리가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하며 특히 여성은 머리도 가려야 한다. [아부다비=박종근 기자]

세계시장에 한국이 만든 ‘할랄(halal) 식품’을 제대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이슬람교도가 먹을 수 있게 인증을 받은 제품을 할랄 식품이라 한다.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세 번째 방문국인 아랍에미리트(UAE) 무함마드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하고 ‘할랄 식품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할랄은 ‘허용하다’라는 뜻을 가진 아랍어다. 이슬람교도는 할랄 음식만 먹을 수 있다. 최근 식품업계에선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맥도날드 등 다국적기업들도 할랄 시장에 진출해 있다. 한국 제품 중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발표한 할랄 식품엔 빼빼로·콘칩·국희땅콩샌드 등이 포함됐다. 할랄 식품의 세계시장 규모는 1000조원이 넘는다. 2012년 1조880억 달러(약 1200조원), 2018년에는 1조6260억 달러(약 180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번 MOU는 중동 국가와 체결한 첫 번째 할랄 식품 협력 사례”라며 “앞으로 한국 내 할랄푸드 테마파크 조성 등도 공동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엄청나게 규모가 큰 세계 할랄 식품 시장에 진출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의 할랄 식품 수출은 6억8000만 달러(약 7500억원)였으나 청와대는 2017년엔 12억3000만 달러(약 1조3500억원) 규모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이날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할랄푸드로 대표되는 식품 분야는 협력 잠재력이 크다”며 “양국이 믿을 수 있는 인증 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하고 양국 식문화에 맞는 메뉴를 개발한다면 전 세계 식품 산업을 선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문화원 설립 MOU’도 체결했다. 걸프 지역 최초로 아부다비에 한국문화원을 설립하고 온라인 문화 콘텐트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또 두 정상은 모두 14건의 MOU를 체결했다.

박 대통령은 UAE에서 조만간 낙찰될 예정이거나 입찰이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도 당부했다. 한국 기업이 수주를 추진 중인 UAE 내 주요 프로젝트는 에티하드 철도 2·3단계 공사(96억 달러), 아부다비 메트로 건설(70억 달러), 두바이 건강검진센터 건립·운영 사업(1억 달러) 등이다. 사업 규모가 231억 달러에 달한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취임한 이후 두 번이나 방문한 곳이 극히 드물다”며 “양국 관계의 친밀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두 정상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2월 무함마드 왕세제의 공식 방한과 지난해 5월 박 대통령의 UAE 방문 때 만나 회담을 했다. 이날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각 열린 양국 간 비즈니스 포럼에선 한국 기업 50개와 쿠웨이트·사우디 기업 156개가 24건의 계약(5억3000만 달러 규모)을 체결했다.

아부다비=신용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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