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진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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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리얼리즘 연극을 이땅에 뿌리내린 원로연극인 지촌 이진순씨가 10일상오 별세했다. 67세.
어려운 극계 현실에서도 오직 연극에만 50년을 지켜온 지촌은 최근까지도「안톤·체호프」원작「갈매기」를 연출해 연극무대에의 뜨거운 정열을 거듭 확인했다.
지촌이 연출가로서의 인연을 맺게된 것은 1938년 동경 일본대학연극과에서「동경학생예술좌동인」으로 참여하고부터.
그후 50년동안 3백50여편의 작품을 연출하면서 외부와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런 자세를 지켜온 지촌은 누구보다 창작극 무대에 대한 집념이 강했던 연극인으로 정평나 있다.
지난 76년 회갑을 맞아 지촌은 『과거우리 연극은 정열이 앞선 것에 비해 예술화문제는 빈약해 연극무대의 무게가 다소 뒤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 대담한 기획과 연극의 전문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촌은 연출작업의 방대함과 일화가 많은 연극인이다. 성격이 활달해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되어 특히 젊은 연극인들이 그에게 바치는 신망은 대단했으며, 담배를 허공에 두번 털어제치는 그의 습관은 지촌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연극계에서 지촌의 업적은 판소리를 창극으로 시도했다는 점과 연극의 전문화작업의 하나로 「한국연극」지의 창간이 그의 손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연출가로서 서라벌예대·동국대교수 역임으로 학계와도 끊임없는 교류를 가졌다는 점등이다.
주요 작품은 「산불」「학마을 사람들」「전쟁과 평화」「갈매기」등.
가족은 성악을 전공한 미망인 정문숙여사(55)와 혜주(23) 혜림(21) 두자매가 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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