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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협박에 떠는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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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원 평가 시범학교로 선정된 대구 D중학교에 19일 나붙은 교원평가 반대 낙서. 운동장 조회 단상에 붉은색과 노란색 스프레이로 '민주절차 무시하는 이XX 떠나라'는 낙서가 휘갈겨져 있으며(上), 현관 입구 유리창엔 노란색 스프레이로 '교평(교원평가) 반대'라는 낙서(中)가, 현관 옆 문엔 '민주주의 투표도 모르는 이XX, 너 딱 걸렸어'라는 글이 쓰인 종이(下)가 붙어 있다.

19일 오전 7시50분 대구 D중학교. 등교하던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운동장의 조회 단상에 붉은색과 노란색 스프레이로 '민주절차 무시하는 이×× 떠나라'는 글씨가 휘갈겨져 있었다. 17일 교원평가 시범학교 신청을 한 이 학교의 교장을 비난하는 낙서였다. 같이 출근하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눈을 가리며 교실로 들어가게 했다. 마침 학교를 방문했던 학부모회 회장 장모(41)씨는 "세상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관 유리창엔 '교평 반대'란 낙서가 노란 스프레이로 쓰여 있었다. 이 학교 이모 교장은 "20여 년 교직 생활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학교가 정치판도 아니고 이래서 되겠나. 속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대구의 인근 H중과 H초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 학교들도 대구지역 교원평가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교문 벽엔 '민주주의 투표 모르는 ×××(교장 이름), 너 딱 걸렸어'란 유인물이 나붙고, 기둥엔 노란색 스프레이로 '교평 반대'란 낙서가 쓰여 있었다. H중 이모 교감은 "학교 안은 조용한데 학교 밖에서 자꾸 흔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교원평가 시범학교로 뽑힌 학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대구 D.H중과 H초등학교는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없는 비방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일부 학교는 교원 평가에 반대하는 전교조 측의 항의 방문 등에 속병을 앓고 있다.

대구 학교들의 비방 낙서에 대해 경찰이 현장 조사를 했지만 범인을 찾지 못했다. 이 중 D중학교는 전교조 보도자료에서 교원들의 투표 결과 시범학교 신청이 부결됐는데도 교장이 시범학교를 신청한 곳으로 지명된 학교다. 이와 관련, 이 교장은 "전교조 간부들이 두 차례 전화를 해 '왜 교장이 이런 평가에 앞장서려 하느냐. 태풍의 핵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대구지부 관계자는 "교장 비난 낙서는 누군가가 감정이 격해서 했는지 모르겠지만 전교조는 그런 치졸한 방법으로 하지 않는다. 전교조와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또 충남의 한 고교는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에 시범학교 방해 사례를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교조 도지부와 지회 관계자들이 17일 학교로 찾아와 "조용하던 학교가 시끌시끌하게 생겼다. 교감은 걱정도 안 되느냐. 도 전체 전교조를 감당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18일에도 전교조 관계자들이 교무실에 들어와 "'공공의 적'이 되려 하는가. 얄팍한 술수와 꼼수를 동원하여 시범학교를 신청한 ××초, ××고"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놓고 갔다.

이 학교 관계자는 "간부 교사와 일반 교사들에게 의견을 물어 시범학교 신청을 했으며, 이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는데도 전교조는 무기명 투표와 같은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의 다른 학교 교장도 "전교조 도지부 관계자가 다녀가고, 전교조 관련 단체가 취재하러 와 은연중에 외압 같은 것을 느낀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부 교장.교감은 "정부가 하려는 평가를 받으려다 제명에 못 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원정책과 강정길 과장은 "시범학교 운영에 대한 방해 행위를 수집하고 있으며, 조만간 관련자들을 공무 방해 혐의로 관계 당국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대구=황선윤, 강홍준.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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