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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환호와 눈물 사이 … 올 취업 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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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해 취업시장에서도 공기업과 은행을 중심으로 학력.나이 제한을 철폐한 곳이 많았다. 특히 외환은행의 '열린 채용'에는 39세 가정주부가 합격해 화제가 됐다. 입사 규정이 완화되면서 이씨와 같은 늦깎이 구직자들이 혜택을 입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취업 경쟁률은 더 높아졌다.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와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분석한 올해 채용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알아봤다.

◆ 높아만 가는 취업 경쟁률=경쟁률이 평균 200대 1을 넘어선 기업이 속출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만2543명이 지원해 약 20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인천항만공사(241대 1).한국조폐공사(218대 1).넥슨(210대 1) 등도 경쟁이 치열했다. 사무직은 더 심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경우 5명을 뽑는 사무직에 5102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무려 1000대 1을 웃돌았다. 이 같은 취업난 때문에 구직자들의 '묻지마 지원' 현상도 계속됐다. 인크루트의 한 개인 회원은 최근 5년간 1만9302회의 이력서를 내는 기록을 세웠다.

◆ 심층면접 강화=올 7월 CJ에 입사한 민태중(25)씨. 최종 당락을 결정한다는 '역량면접'을 앞두고 CJ에 다니고 있는 대학 선배에게 자문했다가 "어떤 준비도 필요 없다"는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어차피 면접장에 가면 숨길 것 하나 없이 능력과 배경 모두가 드러나니 인위적으로 준비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면접은 무려 1시간40분 동안 진행됐다. 민씨는 "송곳 같은 질문들을 모두 받아내고 나니 면접장을 나설 땐 온몸에 진이 다 빠진 듯했다"고 말했다. 심층면접이 많아지면서 예전처럼 한꺼번에 5, 6명의 지원자를 앉혀 놓고 취미.가족관계 정도를 묻는 '구식' 면접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 신입사원 '이직증후군' 심각=올 2월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입사한 이모(28)씨는 6월 다시 토익을 보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백수'소리가 듣기 싫어 일단 합격하는 대로 아무 곳이나 들어갔던 그는 내년 상반기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회사 선배들에겐 미안하지만 내 미래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며 "동기들 중에도 타사 입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인크루트가 입사 1년 미만의 신입사원 1014명을 대상으로 '취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현 직장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중 이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70%나 됐다.

◆ 여풍(女風) 거셌다=18일 발표한 한국은행의 최종합격자 50명 중 여성의 숫자는 17명. 34%의 비율로 사상 최고치다. 한국은행 인사관리팀 박준민 조사역은 "과별 합격자들의 성적을 보면 여성들은 대부분 상위권이었다"고 말했다. 인크루트 조사 결과 올 들어 10월까지 월평균 취업자 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29만5000명 늘었는데, 이 중 여성이 15만6000명으로 남성(13만9000명)보다 훨씬 많았다. 인크루트 이광석 사장은 "능력 중심의 채용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성 차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경호.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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