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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외다리포' … 세 가지 걱정 한 방에 날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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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가 4일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130m짜리 홈런으로 장식했다. 안정된 수비실력과 특유의 친화력까지 더해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네딘 AP=뉴시스]
손가락으로 Z모양 … 이것이`졸탄`세리머니 홈런을 친 뒤 피츠버그 팀 특유의 세리머니인 알파벳 ‘Z’를 그린 강정호. [사진 피츠버그 트위터]

“강(Kang)이 아니라 킹(King)으로 부르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팬들은 신이 났다. 지난해 선수 연봉 총액이 30개 구단 중 27위인 ‘짠돌이 구단’ 피츠버그가 거금(4+1년 1650만 달러·약 181억원)을 들여 영입한 강정호(28)의 활약 덕분이다.

 강정호는 4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더네딘 오토 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3회 초 마르코 에스트라다(32)의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솔로홈런을 쏘아올렸다. 강정호에게 홈런을 맞은 에스트라다는 지난 시즌 밀워키에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7승6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한 투수다.

 강정호는 이날 6번타자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1홈런) 1볼넷을 기록했다. MLB 공식 홈페이지는 강정호의 홈런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성공적인 데뷔였다”고 칭찬했고, CBS스포츠는 “피츠버그가 제대로 된 투자를 했다”고 평가했다. 피츠버그 팬들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강정호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시범경기에서 터진 홈런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시범경기는 가용 자원을 폭넓게 점검하며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나 강정호가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후 치른 첫 경기에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점은 인상적이다.

 오른손 타자인 강정호는 한국 프로야구(KBO)에서 왼발을 높이 올려 힘을 모은 뒤 타격하는 ‘외다리 타법’을 구사했다. 특정한 구종과 코스를 예측하고 노려치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MLB 투수들의 강속구에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강정호는 “익숙한 내 폼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날 강정호는 가운데 높게 들어온 공을 밀어쳐 홈런을 만들어냈다. 외다리 타법은 그대로였다. 완벽한 허리 회전으로 타구에 파워를 실었다. 공은 구장의 가장 깊숙한 곳인 우중간 펜스를 넘어 약 130m를 날아갔다. 클린트 허들(58) 피츠버그 감독은 “공격적이면서 아주 좋은 스윙이었다”며 극찬했다. 이어 5회 초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골랐다. 홈런을 터뜨린 다음 타석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유격수 수비에서도 강한 인상을 줬다. 강정호는 어려운 타구를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특히 2회 말 더블플레이를 성공할 때 자신감 있는 포구와 송구가 인상적이었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가 유격수로서 안정적인 모습을 경기 내내 보여줬다”며 흡족해했다.

 강정호는 홈런을 때리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피츠버그 특유의 세리머니인 ‘Z(졸탄)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피츠버그 선수들은 장타(2루타 이상)를 치고 나면 양손을 위아래로 놓고 알파벳 ‘Z’를 그린다. 지난 2000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 ‘내 차 봤니(Dude, where’s my car?)’에서 외계인 졸탄이 했던 행동이다. 2012년 팀 분위기가 처졌을 때 2루수 닐 워커(30)가 시작해 모든 선수가 함께 하고 있다. 강정호는 잊지 않고 동료들의 의식을 따라 했다.

 피츠버그 팬들은 강정호의 홈런보다 ‘Z 세리머니’에 더 열광했다. 강정호가 팀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피츠버그 선수들도 강정호를 환영하고 있다. 내야수 조시 해리슨(28)은 강정호를 부를 때 “나훈아”라고 외친다. 국내 취재진에게 들은 강정호의 별명을 그대로 부르는 것이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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