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도움을 받아 전국에서 착한 생산자들의 특산물을 발굴해 연재한다. 특산물 하나 하나에 얽혀있는 역사적 기록과 사연들, 그리고 그걸 생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리취는 산과 들의 양지에서 자라는 산나물의 일종이다. 섬유질과 비타민C, 아미노산의 함량이 풍부하고, 비타민A의 모체가 되는 카로틴과 비타민B의 복합체가 들어 있다. 또 칼슘과 철분 등의 원활한 작용을 도와줘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주로 나물로 무쳐 먹지만 어린 잎을 쌀가루에 버무려 떡을 해 먹기도 하는데 이게 바로 수리취떡이다. 수리취떡은 단오에 즐겨 먹던 대표적인 계절식이다. 단오를 수릿날이라고도 하는데, 수리는 우리말로 수레를 뜻한다. 예전엔 수리취떡을 수레바퀴 모양으로 찍어 차륜병(車輪餠)이라고도 불렀다. 선조들이 수릿날에 재액을 물리치기 위해 수리취를 넣어 수레바퀴 모양으로 찍어 먹던 떡이 수리취떡이다.
강원 정선군 3대에 걸친 수리취떡의 원조 '천년취떡'
강원도 정선군 애산리 '천년취떡'의 심재후 대표(45세)는 3대째 가업을 이어 수리취떡을 만들고 있다. 떡집은 1967년 심 대표의 할아버지가 창업했다. 그게 어머니를 거쳐 심 대표에게 이어졌다. 지금은 연 매출 10억원의 탄탄한 떡 전문점으로 성장했다. "기어 다닐 때부터 매일 떡을 먹었고, 평생을 만들었지요. 수리취떡이 정선의 특산물이 된 것은 수리취가 정선에서 많이 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곳이 강릉의 생활권이기 때문이죠. 예로부터 강릉에선 단옷날을 큰 명절로 여기고 있거든요." 심 대표의 설명이다. 천년취떡에서는 천연 원료만으로 된 수리취떡을 만든다.
"몇 년 전에 농촌진흥청에서 7백만원 가량 수업료를 내고 떡이 굳지 않게 만드는 기술을 배웠어요. 하지만 사용하지 않아요. 보존 기간이 긴 떡을 만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방부제나 유화제 같은 화학 첨가물을 넣어야 하더라고요. 사람의 몸에 안 좋은 것들을 음식에 넣을 수는 없잖아요?" 심 대표의 말이다. 수리취떡은 포장 작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사람의 손으로 만든다. 먼저 수확한 수리취를 삶아 줄기를 발라내고 잎만을 으깬다. 이어서 쌀을 불리고, 시루에 쌀을 쪄서 익힌다. 여기에 수리취를 넣어 버무리면 된다. 원료의 함량과 빚는 방법에 따라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찹쌀 53%, 수리취 45%, 소금 2%의 배합으로 섞어 틀에 찍으면 인절미다. 찹쌀 40%, 수리취 40%, 앙금 19%, 소금 1%의 비율로 빚은 건 찹쌀떡이다. 심 대표는 가장 맛있고 좋은 빛깔을 내기 위한 최고의 배합이라고 설명한다.
1만여 평의 밭에서 재배하여 직접 삶는 수리취
심 대표는 정선군 1만여 평의 밭에서 직접 수리취를 재배한다. 거기서 딴 수리취가 떡의 재료다. "수리취는 한 해에 세 번 수확해요. 음력 5월 5일인 단오에 첫 수확을 하고, 그로부터 45일 뒤에 또 한번 하죠. 마지막 수확시기는 추석 바로 전이에요." 수확한 수리취는 직접 삶는다. 심 대표는 "수리취 삶는 작업을 다른 곳에 맡겨보니 간혹 흙이나 벌레 같은 이물질이 나오더라고요. 또 수리취를 덜 삶으면 뻑뻑한 맛이 나고, 오래 삶으면 갈변 현상으로 색이 좋지 않아요.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직접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심 대표에겐 두 딸과 아들 한 명이 있다. 이 중 한 명에게 떡집을 이어줄 계획이라고 한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수리취떡을 알리는 최고의 떡집을 제 후손들이 이어 나가 앞으로 백년, 이백년 뒤에도 천년취떡의 이름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심 대표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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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 s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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