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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마·드: 농부 마음 드림] ⑤ 비엔나에 수출되는 명차 '보향다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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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도움을 받아 전국에서 착한 생산자들의 특산물을 발굴해 연재한다. 특산물 하나 하나에 얽혀있는 역사적 기록과 사연들, 그리고 그걸 생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茶)의 원산지가 어딘지를 둘러싼 논쟁은 많지만 중국이라는게 정설이다. 차나무의 학명인 Camellia Sinensis O Kuntze는 ‘중국 동백나무’라는 뜻이다. 차의 명칭을 봐도 그렇다. Cha (한국ㆍ일본), Chai (러시아ㆍ이란ㆍ폴란드ㆍ몽골), Cai (알바니아) 등으로 불리거나 다른 한쪽에선 Tea (미국ㆍ영국ㆍ헝가리), Tee (독일), Te (네덜란드ㆍ노르웨이ㆍ덴마크ㆍ스웨덴ㆍ스페인) 등으로 불린다. 이게 모두 중국 광동성 발음인 Cha와 복건성 발음인 Ti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인류가 언제부터 차를 마셨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수 천년 전인 것은 거의 확실하다.

원산지인 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차를 마셨을 것이다. 신라 흥덕왕 때(828년) 중국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이 차 종자를 가져와 왕이 지리산에 심게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차는 아열대 다년생 식물이다. 차 나무는 몇 백년도 간다. 하지만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얼어 죽는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제주도와 전남 보성, 그리고 경남 하동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차를 재배하고 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이기도 한 보성은 산과 호수,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곳이다. 국내 첫 람사르 협약 보존습지인 벌교 갯벌도 거기 있다. 연중 안개가 많아 습도가 높고 일교차도 크다. 그런 게 차 재배에 있어 최적의 조건이라고 한다. 보성에는 약 200여 곳의 녹차밭이 있다. 면적으로도 1천 헥타르를 넘는다. 해마다 5월이면 보성 전체는 들썩인다. 녹차 대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보성읍 동암1길 144번지에는 보향다원이 있다. 2만평 규모인데 5대째 이어지고 있는 농장이다.

보향다원 최영기 대표(59세)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선정한 ‘신지식농업인’이다. 2009년에는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국제유기농인증도 획득했다. 2010년에는 제9회 벤처농업대상을 수상했다. 한 해 뒤에는 제16회 농업의 날에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도대체 그는 뭐가 특별해서 이렇게 많은 상을 휩쓴 것일까?

보성읍에서 승용차로 10여분만 가면 보향다원에 도착한다. 농장이라기 보다는 잘 꾸며진 공원 같은 모습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에는 우뚝 솟은 대나무 숲이, 오른쪽에는 그림처럼 예쁜 녹차 체험관과 펜션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길을 따라 걸어가면 정자며 야생화며, 장독대 같은 시골의 체취를 물씬 풍기는 사물들을 만난다. 다시 왼쪽에는 황토를 발라 잘 리모델링 해놓은, 몇 대에 걸쳐 살았다는 기와집이 있다. 그 뒤로 녹차밭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푸른 하늘과 새소리와 어우러져 방문객들을 잠시 최면상태에 빠져들게 한다. ‘아름답구나’하는 경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보향다원에는 해마다 만여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려와 차 밭을 구경하고 차 만드는 법을 배운다.

농부의 철학과 뚝심으로 생산하는 유기농 차

최 대표를 유명하게 만든 건 이런 조경 때문은 아니다. 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유기농 차만을 생산해왔다. 농약과 화학비료는 물론이고 축분(가축 배설물)도 쓰지 않았다. “비료를 먹으면 차 잎이 두꺼워지고, 빨리 자라고, 통통해지죠. 무게도 많이 나가고요. 하지만 비료를 주면 곤충들이 몰려들기 시작해요. 맛있으니까. 그걸 막으려면 농약을 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거죠.” 최 대표의 부인 최승선 씨(57세)의 말이다. 유기농으로 지으니까 생산량이 일반 차 밭의 20~30%밖에 나오지 않았다. 최 대표 부부는 버텼다.

“차나무를 심으면 4년 뒤에는 40~50cm쯤 자라는데 이때부터 조금씩 수확이 가능해요. 거기까지가 고비죠. 비료나 농약을 안 쓰니까 손으로 벌레를 잡고 김을 매줘야 해요. 인부들을 동원해서 1년에 네 번 김을 매주는데 일단 자생력이 생기고 나면 그때부턴 잘 자라죠.” 최 대표 부부의 말이다. 차나무들도 최 대표 부부의 노력에 보상을 했다. 2007년 탄저병이 돌았다. 차나무들의 잎에 검은 점이 생기고 새싹들은 타 들어갔다. “차 밭에 올라갔다가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올 차 농사는 망했구나’ 싶어서요. 속이 상해 차 밭에 가기도 싫더라고요. 한데 2주만에 가보니 새 잎들이 건강하게 돋아나고 있었어요. 어찌나 고맙던지.” 보향다원에는 봄이면 청개구리들이 녹차밭 사이에서 뛰논다. 지렁이며 굼벵이며 온갖 자연의 생명체들이 녹차밭 속에서 살아간다.

최 대표 부부는 녹차밭 옆에 채소를 심어 손님들이 오면 바로 따서 신선한 비빔밥을 만들어 대접한다. 보향다원의 차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도 수출되고 있다. 2010년 4월엔 비엔나의 최대 차 매장인 하스&하스 페터 하스 사장과 부인 에바가 외동딸과 함께 보성을 찾아왔다. 이들은 보성의 녹차밭 몇 곳을 구경했고 최 대표네 녹차밭에 와서는 수건을 머리에 둘러쓰고 녹차수증기를 들이마시는 이벤트를 하면서 즐거워했다.

최 대표는 2009년 ‘황금녹차’생산에 성공했다. 녹차 잎을 따기 몇 주전부터 항산화작용과 면역강화 효과가 있는 금 콜로이드 용액을 뿌려주는 최고급 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을 전기 분해하여 1~3nm의 크기로 나눈 용액이 나무와 동화과정을 거쳐 뿌리를 타고 잎에 전달돼 특별한 품종의 차가 나온다는 것이다. 보향다원의 황금차는 호텔 신라와 비에나 하스&하스에서 판매중이다. 가격은 놀랄 만큼 비싸다. 최 대표 부부는 2만평 농장 중 1만 3천 평에서는 일반 유기농 차를 생산하고 있다. “차는 물이 생명입니다. 물은 차의 몸이죠. 중국 복건성 무이산 계곡에서 나오는 차들이 높이 평가 받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보향다원도 지하수를 뽑아서 물을 주는데 그 물이 아주 좋다네요. 전 세계와 견줘서 손색없는 명차, 국내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차를 생산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보향다원 최 대표 부부의 말이다.

박성용 sypark@joongang.co.kr

위 상품에 대한 구매 정보는 농부마음드림 : 농마드 사이트 (www.nongmard.com) 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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