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의장 "당 기강·규율 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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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20일 소속 의원 전원과 당직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정 의장은 편지에 "당의 기강과 규율을 바로 세워 나가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당에 부담을 주는 정제되지 못한 발언과 기밀누설 행위에 대해 단호히 경고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에 대한 변치 않는 절개와 충정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글을 맺었다.

정 의장의 편지엔 열린우리당의 현 상황이 담겨 있다. 충성과 기강을 요구한 것은 그만큼 당이 혼돈 상태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4일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임시 지도부 간 청와대 만찬 뒷얘기도 이를 입증한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당정분리 체제의 변화를 요청한 당측 인사들에게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늘 혼자였다"는 말도 했고,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 "다시 지역당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냐"고 했다고 한다. 당내에선 "결국 청와대와 당이 각각 다른 길을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당 차원에서 경고하긴 했지만 안영근 의원이 공개적으로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것에도 이 같은 기류가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청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다듬고 있던 선거구제 개편안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정 의장의 편지는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위기감의 표출인 셈이다.

하지만 당 분위기가 바뀔지는 의문이다. 내년 2월 전당대회 개최 방식 등을 놓고 비상집행위는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 등에선 기간당원제 폐지와 중앙위원 해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집행위원들이 중앙위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하고 있지만 논의에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친노 그룹에서도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유시민 의원은 18일 참정연 강연회에서 "열린우리당은 지금 존폐 기로에 서 있다"며 "전당대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이 파산하느냐, 기사회생하느냐가 판가름나는데 현재로선 어둡다"고 말했다.

당내 호남 출신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과의 그룹별 만남을 시작했다. 임채정.김태홍.최재천.이낙연.신중식 등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광주서중.일고 출신 의원들이 20일 저녁 함께 모였다. 신중식 의원은 "민주평화 개혁세력의 재집권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서는 각 당에서 세력을 규합.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른바 극우세력.보수 골통의 집권은 역사의 후퇴, 개혁의 후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낙연 원내대표도 "큰 맥락에서 민주 개혁세력의 대결집이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현 상황에서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에는 거리를 뒀다. 양당 호남 의원들은 1박2일 일정으로 정치 현안을 토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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