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또 '연장불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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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에 좌절하고 분노해 무너진다면 타이거 우즈(미국.사진)는 골프황제가 아니다. 우즈의 강점은 나쁜 상황을 끝까지 참고 인내하며 자신이 유리한 상황을 기다리는 능력이다. 우즈가 20일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골프장에서 끝난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 일본의 요코 가나메와 연장 4개 홀을 치르는 격전 끝에 우승했다. 4라운드 2오버파 72타, 합계 10언더파의 기록이다.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5.560야드). 한 타 차 선두를 달리던 우즈는 벙커 턱에 깊숙이 박힌 공을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페어웨이에 왼쪽 무릎을 꿇고, 오른쪽 다리는 벙커 속에 넣어 간신히 공을 꺼낸 후 결국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이 홀에서 2위 요코는 버디를 잡아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첫 홀, 우즈는 티샷을 왼쪽으로 심하게 당겼다. 페어웨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침침한 소나무 숲. 기자들은 "호랑이가 소나무 숲에서 길을 잃어 연장 불패의 신화가 깨졌다"는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우즈는 두 번째 샷을 숲에서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세 번째 샷을 바늘구멍 같은 틈으로 꺼냈고, 네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5m짜리 파 퍼트에 성공했다. 위기를 넘긴 우즈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연장을 버디로 비긴 후 네 번째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우즈는 "오늘 하루는 매우 긴 날이었으나 절대 포기하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소나무 숲을 뚫고 나온 이 우승은 우즈의 극적 승리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하다. 우즈는 1998년 조니워커 클래식에서 어니 엘스(남아공)에게 8타 뒤지다 연장 끝에 우승했고, 2000년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역시 엘스에게 18번 홀 이글로 연장에 들어가 끝내 우승했다.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합계 2언더파 공동 7위, 허석호는 1언더파 공동 9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미야자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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