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특검안, 개방적 검토 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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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했던 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 테이프 공개 논란이 다시 부상했다. 열린우리당은 17일 자신들의 특별법과 한나라당.민주당.민노당.자민련 등 야 4당이 공동 발의한 특검법이 절충가능하다고 말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테이프 내용 수사를 특별검사에게 맡기자는 야당안을 개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용공개 결정에 대해서는 "여당안대로 진실위원회 의결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그간 테이프에 담긴 불법에 대한 수사는 일단 검찰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여당의 양보는 검찰이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을 구속하면서 불법 도청이 이슈화한 호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검찰이 국민의정부 시절 도청에 수사 초점을 맞추는 것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 원내 수석부대표는 "특검을 수사주체로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은 진일보한 자세"라고 평가했다.

?과거 도청 시효 배제 논란=열린우리당은 이날 김영삼 정부 시절 미림팀 등 과거 도청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연장하는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했다.

정세균 의장은 오전 의원총회에서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상태"라며 "시효 연장을 법제화해 (불법도청 관련) 형평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즉각 소급처벌 논란이 제기됐다. 정 의장은 "소급처벌은 위헌 소지가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다음엔 원 정책위의장의 기자간담회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정 의장이 언급했던 '반인권적 국가범죄 공소시효 특례법안'(이원영 의원 대표발의)의 해석을 놓고서다.

정책위 전문위원이 "이 법안은 과거의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됐더라도) 시효를 배제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정책위의장도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공소시효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소급 시효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지 않는다'고 돼 있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사건의 경우에만 향후 시효를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선이 일자 오영식 공보 부대표는 "법리적으로 소급처벌은 할 수 없다"며 "공권력에 의한 살인.고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여당의 공소시효 특례법안에 불법 도청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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