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받은교육 모두 거짓-두 생포간첩 세번째 서울 돌아보고 실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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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생포간첩 전충남 (26)과 이상규(22)는 14일 낮l2시부터 명동 롯데쇼핑센터·소공동지하상가등 서울시내 중심가를 약1시간30분 동안 관광했다.
전과 이는 이에 앞서 지난9일 귀순용사인 이웅평·신중철소령등과 만나 저녁을 함께 들면서 얘기를 나눴으며 지난5일에는 남산타워·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을 돌며 서울시내를 먼발치서 내려다보기도 했다.

<14일 나들이>
이날 관광은 낮12시 정각 이들이 무교동 차내옥(한식집)에 도착, 약50분 동안에 걸쳐 불고기에 평양식 냉면을 곁들인 조촐한 점심 식사를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똑같이 감청색 싱글에 넥타이를 맨 단정한 신사차림이었다.
식사도중 이삼규는 손님 가운데 1명이 소주를 권하자 손을 내저으며 한사코 마다했고 식사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또렷한 목소리로 『많이 먹었다』는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식사후 승용차편으로 퇴계로2가 명동입구까지 가는 동안 두사람은 담배를 피워가며 좌우로 거리 풍경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전충남은 『이북에서도 명동이 번화가라는 말을 익히 들어 조금은 알고있었으나 이렇게 번화한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남북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유가 많고 적음에 있는것 같다』고 나들이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유네스코회관 옆 네거리에 마련된 구세군 자선남비를 신기한듯 바라보다가 『적선 좀 하라』는 권유를 받고는 『가진 돈이 없어못하겠다』고 대꾸, 행인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전충남은 명동지하도를 통해 롯데쇼핑센터로 가는 도중 인파로 붐비는 거리풍경이 의아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평양은 인구가 1백만명 정도다. 거기는 출퇴근 때만 조금 붐빌뿐』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센터에 들어선 순간 두사람은 가득 쌓인 상품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진 것 같았다.
이들은 1층 판매장에서 4천원짜리 넥타이 한개씩을 샀는데 전충남은 여자점원이 포장을 해주려하자『괜찮다』며 잠시 넥타이를 끌고 당기는 실랑이를 벌여 고객들과 점원들은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상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판매장으로 올라가면서 『남북한의 화폐단위 비율이 3백대1인데 이북에서는 보통 노동자 한명의 월급이 이런 넥타이3개 값밖에 안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넥타이를 사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또 2층 기성복센터에서 안내원이 『돈 걱정은 말고 하나 골라 입어라』고하자 즉각 오리털파커 (8만7천원)를 입고 거울 앞에 서서 한참동안 옷매무새를 만지면서 『꼭 맞다. 이렇게 좋은 옷은 평생처음 입어본다』고 어깨를 으쓱해 보이기도 했다.

<9일나들이>
전충남과 이상규는 지난9일 하오에도 이웅평공군소령 신중철육군소령등 2명의 귀순용사와 만나 서울시내 모처에서 다과회를 가진 후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두사람은 다과회장에 들어서면서 미리 와 대기중이던 정복차림의 이소령과 신소령에게 공손히 인사한 후 악수를 나누었다.
이에대해 이소령은 『국군의 전략개념은 공격적인 것이 아니라 방어적인 것』이라면서 『북괴는 지나치게 호전적』이라고 말했다.
약30분간의 다과회를 마친 두 귀순용사와 전·이등은 자리를 영동S불갈비 집으로 옮겨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불갈비와 냉면·맥주·소주 등을 들며 약1시간동안 저녁식사를 나누었다.
다과회때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던 이도 신소령등이 따라주는 소주잔을 받으며 미소를 짓기 시작했고 한복차림의 여종업원이 불갈비를 상치쌈에 싸주자 얼굴에 가벼운 홍조들 띠기도 했다.

<5일나들이>
전충남과 이상규는 지난80년6월 귀순한 김광현씨의 안내로 5일하오4시쯤 남산타워에 도착, 승용차에 탑승한채 약10분간 머물면서 서울의 전경을 살펴본 후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으로 향했다.
짙은 감색싱글에 빨간색 줄무늬가 있는 넥타이차림의 전은 남산타워에서 이렇게 멍든 얼굴에 간간이 미소를 띠며 김씨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두사람은 북한에 있을때 서로 만난적 있는 듯 김씨가 『나 김일성의 경비원까지했던 사람』이라며 『남쪽사람들과 북쪽사람들은 예의와 도덕, 생활수준이 모두 다르다』고 말하자 전은 담배를 꺼내물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이들은 차창으로 시내를 내려다보면서『서울에는 자동차와 고급주택이 많고 사람들도 옷을 잘입고있어 이북에서 받은 교육이 거짓이었다』고 실토하고 『경부고속도로는 일본인이 건설한 것으로 알았는데 서울의 거대한 빌딩을 보니 고속도로정도는 남조선 자체에서 충분히 만들수 있다고 믿어진다』고 했다.
이들은 남산과 시내거리에서 본 동상을 가리키며『이북에는 김일성 동상을 세우는데 정성을 Tm고있는데 여기는 대통령동상도 없고 이순신장군, 김구선생 같은 사람의 동상만 있는 것을 보니 이해가 안간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사동에서 「김정일 소아과의윈」이란 간판을 보았을때는 『이북 같으면 저런 간판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특히 이상규는 『인민들은 몇시간 노동을 하느냐. 살려준다면 배운 기술이 없기 때문에 결국 노동을 해야할것 같은데 어떤 직업을 찾아야 할지 걱정』이라며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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