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2)|제80화 한일회송(91)-재일교포 북송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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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이 인도주의라는 허울좋은 명분을 내걸고 재일교포의 북송을 시작한것은 59년12월14일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재일교포들을 일본 땅에서 내몰려고 획책한것은 그훨씬 전부터였다. 전후2백여만명이 귀국했지만 이런저런 이유 등으로 귀국을 못한 교포가 60여만명 정도였다. 그들중에는 판본방적의 서갑호씨 같은 일본유수의 갑부도 없었던것은 아니었지만 대개는 밑바닥 인생을 헤어나지 못해 일본정부가 생활보호법에 의거해 극빈자에게 지급하던 생활보조비 수혜자중 재일교포들이 약20%를 차지했다.
일본정부는 이들에게 나가는 연20억엔의 생활보조비가 아까왔고 장래에도 이들에 대한 문제는 두통거리로 인식해 어떻게해서든 이들을 내쫓을 궁리를 전후 연합군점령기부터 해왔다.
여기에 한일간 극성스런 「인질외교」가 전개된데다 북한이 한일관계를 이간질하는 대일추파를 보내자 일본은 대한압력수단을 겸해 실질적인 두통거리를 제거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려 은밀하게 북송을 추진했던것이다.
물론 최초의 음흉한 기도는 조총련이 꾸몄다. 조총련은 일본공산당의 조종아래 활동해온 재일조선인연맹(후에 재일조선 통일전선)이 불한의 정책전환에 따라 일공에서 이탈해 55년5월 해산된 이후 북한과 직결된 단체로 재결성됐다.
조총련은 일소국교정상화에 자극을 받아 소위 일·북한국교정상화 운동의 일환으로 재일교포 북송운동을 제창했다.
이같은 조총련의 움직임에 재빨리 편승한 것이 일본적십자사였다.
일적은 55년말 일본정부의 승인을 얻어 북한에 거주중인 일본인들을 송환키위해 일본인귀환추진대표단을 평양에 보내기로 결정하는 한편 국제적십자사위원회(ICRC)에 협조를 요청했다.
일적은 ICRC에 60만 재일교포 대부분이 귀국을 희망하나 한국정부는 비인도적으로 이들의 귀국을 막고있으니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한·일본 3자간에 이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서주도록 극비리에 요청했다.
이같은 엉터리 추장이 ICRC에 그대로 먹혀들었던게 당시의 사정이었고, 다른 말로 하면 우리의 국제적지위가 그만큼 형편없었다.
당시 극비에 붙여졌던 일이나 56년2월26일 일적과 ICRC사이에는남-북한·일본에 각기 거주 또는 억류된 상대국민의 송환이 이루어져야하며. 그를 위해 일적·ICRC가 협력한다는 양자간의 각서교환이 이루어졌다.
일적대표단은 2월 상순 평양을 방문, 일본인 미귀환자의 송환에 합의하는 댓가로 재일교포중 북한귀환희망자의 송환을 주선키로 했다.
이에따라 4윌 16가구 46명의 북한잔류일본인이 귀국했고 12가구 46명의 재일교포 북송희망자가 일적의 주선으로 일본당국에 출국신청을 내는 한편 영국선박회사 버터필드사와 교섭해 코넌호를 일본에 배선키로 약속 받기에 이르렀다. 이렇게해서 한일간에는 또 다른 새 불씨 하나가 더 터져나온것이다.
정부는 즉각 일본정부에 대해 조종련계 동포의 북송을 불허하도록 항의했으나 일본측은 그들이 법령에 따라 자유롭게 출국하는 것이므로 막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다만 일본정부는 자국민을 싣고 올 소도구에 재일교포를 북한에 송환해달라는 조총련의 요청만은 거절했다.
이렇게되자 정부는 비상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조정환차관이 공석중인 장관대행을 맡아 나는 수석국장인 정무국장으로서 사실상 차관대행을 해오던 터였다. 나는주한영국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영국선박의 배선을 저지하는 외교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이일로 2개월여를 허비해야했다. 친하게 지내던 「다울링」주한미대사의 도움을 받은것이 주요해 이 영국선박의 배선기도만은 분쇄할수있었다.
이에 일적은 ICRC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고 ICRC는 『재일 한국인의 거주지선택자유는 인도적 견해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등 일적과 북한측을 고무하는 유권해석(56년7월26일)을 했다.
조총련과 일적은 북송할 선박을 집요하게 찾아 결국 노르웨이 화물선 페일커호편으로 12월6일 시모노세끼(하관) 항에서 20명의 재일교포를 승선시켜 상해경유로 북송했다.
우리정부의 항의에 대해 일본측은 지방출입국관리소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얄팍한 꾀를 부렸는데 이것이 길게보면 북송의 단서였던 것이다. <계속><김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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