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부산APEC] 한·중 정상회담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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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청와대 환영식에서 환영 나온 인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한.중 간 김치 파동으로 양국 관계가 다소 서먹해졌던 가운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후 주석의 방한은 1995년 장쩌민 주석 방문 이래 10년 만에 이뤄진 중국 국가주석의 두 번째 국빈 방한이다. 노 대통령은 2003년 7월 중국을 국빈방문했었다.

◆ 노 대통령 "후 주석과 다섯번째 만남"=노 대통령은 이날 "멀리 오시느라 수고 많았다"며 "한국민들이 많이 기다렸고 기쁘게 생각하며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노 대통령은 "지금 양국관계는 누가 뭐라고 설명할 필요없이 아주 좋은 상태"라며 "후 주석의 한국 방문은 그 관계를 한 단계 더 긴밀히 발전시킬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공동회견에서도 노 대통령은 "후 주석과 다섯 차례 만나 우정과 신뢰가 두터워진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7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돼 특별히 친근감이 든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서열 5위의 부주석이던 98년 한국을 찾았었다.

◆ 중국에 시장경제지위(MES) 부여가 핵심=이날 발표된 7개 분야의 공동성명 중 핵심은 우리 측이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한 대목이다. 중국은 그간 최대 교역국인 미국.일본과 유럽연합(EU) 등에 MES 자격을 요청해 왔으나 거절당했었다. 중국의 5대 교역국 중 우리가 처음으로 이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MES는 해당 국가 정부의 인위적 간섭 없이 원자재 가격이나 임금.환율.제품 가격 등이 결정되고 있다는 인정이다.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국가라는 뜻이다.

덤핑 판정 등 통상 분쟁이 발생하면 비(非)시장경제지위 국가는 불리한 입장에서 고율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MES 국가는 분쟁 심판 때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 연말로 양국 교역이 1000억 달러 시대를 맞고, 대중국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에 이르는 데다 중국이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점도 감안해 MES를 인정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 주석은 이날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측은 "이를 계기로 다양한 현안에서 중국 측의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또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신축성'과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북.미 양측이 모두 탄력적이고 성의 있는 접근을 해달라는 촉구성 메시지였다. 후 주석은 이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알려주는 등 북한 측의 기류를 노 대통령에게 전해줬다. 노 대통령은 이날 협의를 토대로 17일부터 이어지는 미국.일본.러시아와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차기 6자회담 전략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최훈 기자<choihoo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만찬에 정몽구 회장 등 기업 총수 대거 참석

◆ 국빈 만찬에 장나라.자오즈민씨 등 참석=노 대통령 주최의 국빈 만찬에는 갈수록 커지는 한.중 교역의 비중을 보여주듯 현정은 현대그룹, 조양호 대한항공, 정몽구 현대.기아차, 최태원 SK 회장 등 기업 총수 들이 대거 참석해 중국 측과의 관계를 쌓았다. 중국문화 홍보대사인 탤런트 장나라.송일국씨, 중국인민대회당에서 패션쇼를 했던 앙드레 김씨 등도 참석했다. 중국에서 프로축구 감독을 했던 차범근 현 수원삼성 감독, 전 중국대표 탁구선수였던 자오즈민씨도 초대됐다. 후 주석은 만찬사를 통해 "1998년 방한 때 한국민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여준 귀중한 민족적 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오늘 다시 한국땅을 밟고 7년간의 새로운 변화를 직접 목격하게 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3만 개, 유학생만 4만5000명을 넘어섰다"며 "전분야에 걸친 양국민 간 교류 협력시대를 펼쳐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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