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라운지] "대장금 음식 … 눈·입이 즐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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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PEC 회의에 참가한 CEO 부인들이 16일 벡스코에서 열린 궁중음식 특별전에서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변선구 기자

"한국 음식은 모양이 너무 예뻐서 먹기 아까워요." 16일 오전 11시 벡스코(부산전시컨벤션센터) 국제 미디어 센터 앞. 다국적의 '외국인 아줌마'들 수다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들은 세계 21개국의 대표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의 배우자들. 부산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맞아 'CE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 이들은 14일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마련한 'CEO 서밋 배우자 투어'에 참석 중이다.

20여 명의 CEO 배우자들은 이날 하루종일 한국 전통음식의 맛과 빛깔에 흠뻑 빠졌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소장 윤숙자)에서 마련한 '한국 궁중음식 특별전'을 찾은 것이다.

특별전은 조선시대 '수라상'과 '다과상' 시연으로 시작됐다. 화려한 빛깔에 30여 가지가 넘는 음식들로 가득 찬 수라상이 선보이자 배우자들은 연신 '원더풀''베리 굿'을 외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윤 소장이 "조선시대에는 독이 들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상궁들이 먼저 시식했다"고 설명하자 무대 앞으로 나와 음식을 만져 보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뉴질랜드 기업인자문회의(ABAC) 임원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는 잰 린치는 "저렇게 예쁜 음식은 맛도 분명히 환상적일 것 같다"며 "어떻게 만드는지 조리법을 직접 배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자들은 행사장에서 전통 떡인 '꽃산병'을 빚는 방법을 직접 배우기도 했다. 이들은 윤 소장의 설명을 따라 비닐 장갑을 끼고 연구소에서 미리 준비한 떡 재료에 팥으로 만든 속을 채웠다. 다 만든 떡에는 '떡살(떡의 문양을 찍는 도구)'로 꽃무늬와 빗살무늬 등을 찍어 예쁜 모양도 냈다. 이들은 "모양이 너무 예뻐서 어디서부터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쉴새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윤 소장이 "꽃무늬는 한국에서 '부귀 영화'를 뜻한다"고 귀띔하자 배우자들이 서로 꽃무늬를 찍겠다며 떡살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브루나이 ABAC 임원의 부인인 멜로디 아바스는 "꽃산병을 먹다 보니 마치 꽃을 먹는 것 같아 훨씬 더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일본.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온 배우자들은 꽃산병이 드라마 '대장금'에 나온 음식이라는 설명에 두 눈을 크게 뜨고 "어느 장면에서 나온 것이냐"며 커다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대만의 전자회사인 TECO사의 임원으로 있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는 호 후에는 "한국은 인기 드라마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한국 드라마 때문에 한국 음식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자들은 이날 궁중음식 체험에 앞서 부산시청에서 열리는 한국의 전통자개 작품 전시회도 둘러봤다. . 이들은 17일 부산여대에서 직접 다도 체험을 해보는 등 19일까지 전경련과 부산시가 마련한 각종 한국 문화 체험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부산=정강현 기자 <foneo@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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