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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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해마다 연말만되면 매스컴에서는 메스컴대로, 직장은 직장대로, 각 종교단체는 종교단체대로 저마다 송별잔치다, 망년회다하여 떠들썩하게 보내곤 하였다. 그 내용이야 어쨌든 간에 그 행사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또 한해를 보낸다는 허전한 마음으로 그 분위기에 취하여 평소보다 바쁘게 여기저기 모임에 참석하다보면 연말이 어떻게 지나가 버린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리고만다. 원래 망년회란 가는해의 모든 괴로움을 잊어버리기 위해 연말에 서로 모여 베풀어지는 잔치를 뜻한다.
괴로운 일들은 괴로운 일대로 묻어두고, 기뻣던 일은 같이 기뻐하며 새해에는 보다 알찬 생활을 하기위해 서로가 조용히 생각해 보는 자리란 뜻일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다보니 본의아니게 참석하여 얼굴을 내밀어야하는 자리도 많겠지만, 저마다 이런 의미를 생각하며 망년회를 지낸다면 다른 어느때 보다 의미깊은 망년회가 될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돼지해가 주는 의미와는 달리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하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고통이 밑거름이 되어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복지사회를 이룰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차분히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박경환<서울구로구고척2동158>
한장 남은 달력을 대하니 푸근한 날씨와는 달리 마음이 스산하다. 아마도 한해를 충실히 계획대로 살지 못했다는 후회감 때문이리라.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해마다 가족과 함께 망년회를 열고있는데 모든 가정에 권하고싶다.
여섯식구가 모여 간단한 다과와 함께 진행자는 없이 한다.
아버지는 우리들의 건강을 묻고, 어머니는 균형있는 식생활이었는지, 1년동안 공부는 충실히했는지 우리들은 내년엔 부모님께서 더욱 건강하실것과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간단히 세운다. 나름대로의 장기자랑까지 겸하다보면 결속감이 한없이 느껴진다.
가족을 구심점으로 하여 서로의 마음들을 전한다면 새해의 출발은 밝고 활기찰 것이라 확신한다. 남궁은희<부천시역곡동371의5 11통7반>
1년에 한 두번 모임이 있던 동창회에서 평소 전화도자주없던 단체에서 망년회가 있다하여 회비지참 초대장이 몰려든다.
적당한 구실을 붙여 하루 실컷 뭔가 응어리를 풀어보자는 마음에서 「망년회」란 이름이 남용되는 것 같아 어떤 염증까지 생긴다.1차,2차,3차젊은이들은 디스코클럽까지 가서 밤을 지샌다
망년회가 그 본질을 잃어버린 모임들이며 시간낭비·경비낭비가 아닐수 없다.
무엇을 이룩했으며 어떤 것들을 실수했나를 곰곰이, 그리고 차분히 반성·정리하고 시시비비릍 가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조용해져야 할 연말이다.
12월31일-한해의 마지막 날 현재 처해 있는 곳이 어디든간에 조용히 눈을 감고 33번의 재야의 총소리를 들으며·조촐한 다과와 음료를 곁들이며 푸근히 오순도순 얘기를 주고받음이 참 망년회가 아닌가싶다.가족과 함께 있으면 한 폭의 더욱정감어린 동양화가 될수 있을진대 왜 연말만 되면 시내는 온통 아수라장과 축제기분이 된 듯 술렁거리는지. 전영례<서울시마포구중동58의50 6통9반>
우리사화에는 언제부터인가 12월 한달을 각종 망년회로 분주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 망년회는 우리의 전통적 습속이 아니라 일제하에 물든 습속이 아닌가 여겨진다. 즉 일본의 세모민속인 도시와스레(연망)란 말에서 어원을 찾을수 있을 것같은데 사실이라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이름자체를 고쳐야할 것같다.
아뭏든 망년회란 지난 한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맞기위한 마음가짐을 다지는데 뜻이 있는것이 아닌가한다. 그런데 근래에는 망년회가 행사를위한 행사로 변질된 느낌이어서 그 수도 많고 또 너나할것없이 호텔이나 고급음식점을 찾으니 그비용이 말할수없으리라.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와 조용히 망년회를 보내고 절약한 비용으로 버림받은 이웃을 돌보는 근검절약의 기풍이 아쉽다. 이런일은 무엇보다 사회지도층이나 부유층이 앞장서야할 일이다. 한동주<서울 관악구 신림11동산202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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