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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왜 영원한 삶을 꿈꾸는가 … TED 달군 명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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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멸에 관하여
스티븐 케이브 지음
박세연 옮김, 엘도라도
415쪽, 1만6800원

티토누스는 잘 생긴 청년이었다.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가 납치해 애인으로 삼았다. 에오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티토누스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런데 애인이 자신처럼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게 해 달라는 부탁은 깜빡했다. 세월이 흘러 티토누스는 기력을 잃었고 정신은 혼미해졌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중얼거리는 것 뿐인데도 영원히 살아가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다.

 평균 수명이 길어졌다. 치매처럼 과거엔 찾기 어렵던 질병이 폭증하고 있다. 죽음을 미룬 대신 사람들은 병마·노화와 싸운다. 영국의 대중철학자 스티븐 케이브는 인류의 오랜 열망인 ‘불멸’을 주제로 생존·부활·영생·유산 등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불멸을 향한 욕망이야말로 인류가 이룩한 성취의 원동력이라고 한다. 불멸의 욕망이 문명을 이뤘고, 부활을 설파한 종교가 오랜 세월 인류의 의식을 지배했다.

 장수가 재앙으로 다가오는 시대가 됐음에도 죽음을 피하려는 욕망 또한 여전히 질기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는 한편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온갖 명약을 먹었음에도 49세로 죽음을 맞았다. 이들 명약엔 수은이나 납 성분이 들어있었을 걸로 추정된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에서는 남성의 회춘을 돕는다는 수술이 유행했는데, 바로 정관절제술이다. 100년 전 호르몬이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질병 치료의 꿈에 가까워졌다고 기대했다. 불로초의 자리를 호르몬이, 지금은 줄기세포가 대신하는 셈이다. 인간은 또한 명예롭게 이름을 남긴다거나, 후손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이어가는 식의 상징적 불멸 또한 꿈꾼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꿈꾸는 불멸이란, 나의 의식이 그대로 지속되는 것 아닌가. 이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덧없는 욕망인가.

 저자는 네페르티티, 사도 바울, 알렉산더 대왕, 프랑켄슈타인, 베아트리체, 아킬레스, 길가메시 등 역사·신화·문학 속 불멸의 아이콘들을 소환해 독자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우리는 영생을 얻을 자격이 있는가” “과학이 죽음을 이길 수 있는가” “신은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는가” “나를 복제하면 나는 부활하는가” 등등. 그리하여 책은 마지막 질문에 도달한다. “이번이 유일한 삶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죽음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이번 세상을 잘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게 불멸 논의의 귀결이다.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에서, 영생을 찾아 헤매는 왕 길가메시에게 주막집 주인은 이렇게 충고한다. “당신의 손을 잡은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고 언제나 아내를 껴안아 주세요.” TED에서 조회수 170만 회를 기록한 명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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