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귀여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딸 시집보내는데 1천만원을 썼다느니,2천만원을 들였다느니 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함잡이들한테 몇십만원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놀라운 일이다.딸을 곱게 길러서 남주는것도 억울한데 이렇게 많은 돈까지 써서 시집을 보내야 된다는것은 도무지 납득할수 없는 서울세태다.
아무리 결혼을 일생의 대사라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돈을써가면서까지 장가보내고 시집보내야 하는것인지 한번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 형편을 생각하더라도 어떻게3천만원이나 되는 옷장까지 살수 있는지. 우리민족의 한많은역사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런 짓을 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어떤신랑집에서는 신부의 혼수감이 너무 많다고해서 돌려보내기까지 했다는 얘기도 있다.
기록에 보면 우리나라 결혼풍습이 좀 거칠었다고 되어 있는데,신랑이 신부집으로 조랑말을 타고 가면 첫날밤 동네 천년들한테 묶이어 매맞는 일이라든지 신방의 문구멍을 통해 안을 들여다본다든가 하는것이 그좋은 예이다. 또 남귀여가 라고해서 신랑이 신부집으로 가서 사는 풍습이 있었다.
신랑이 신부를 얻는 것이 아녀라 신부가 신랑을 얻는 격이 되어 조선의 역대임금이 이악습(?)을 없애려고 무던히 애를 썼으나 실패했었다. 남귀여가의 전통은 우리나라의 여권이 의외로 강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고 이것이 오늘에까지 이어져와서 딸시집보내는데 몇천만원을 쓴다는 왜곡된 풍습으로 바뀐것이 아닌지모르겠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딸시집보내는데 2백달러, 그러니까 16만원이면 족하다는 것이다.당연한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왜 혼사로 인해 패가망신까지 해야 하는가. 그것이 민족 전퉁문화의 계승인가,아니면 외래문화의 수용인가. 아무것도 아닌 우리의 어리석음일 따름이다.
두번 다시 망국할 행위를 해서는 안될것 아닌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