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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기아그룹 전문경영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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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본과 경영의 분리라는 면에서 기아는 돋보이는 그룹이다.「대부분의 기업에서 이루어지고있는 전문경영인체계가 일정한 한계내에서 경영권을 위임받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형태라면 기아의 그것은 아예 회사서 송두리째 맡기고 오너는 일체 경영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혀 차원을 달리한다.
기아가 이같이 구체적인 전문경영인체제로 들어서는 과정은 매우 드러매틱하다.
창업주인 김철호씨의 타계와 함께 지난 73년 장남 상문씨가 대를이어 2세경영인으로 등장한 기아는 70년대말 불어닥친 불황과 곧 이은 정부의 자동차통합의 틈바구니에서 「침몰」 직전의 위기상황을 맞았다.
해방과 함께 2륜차에서 3륜차, 다시 4륜차로 사세를 확장하여 그룹기업으로 성장한 기아가 사기를 내릴뻔한 위기에 직면하자 김상문회장은 「마지막카드」를 뽑아들었다.
81년10월 당시 미국에 건너가 있던 김회장은 비서를 통해 일선경영에서 손을 떼겠으니 앞으로 기아의 모든 경영을 당시 아세아자동자 사장이었던 민경중씨와 기아기공사장이던 김선홍씨가 맡아서 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이 소유한 기아주식 25%에 대한 모든 권리행사를위임한다는 위임장을 보내왔다.
김선홍사장은 당시 김회장이『이기업을 맡아 꼭 되살려 달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소생을시키든, 기업을 정리하든 모든것을 당신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전해왔었다고 술회한다.
오늘날 기아의 소유와 경영이 거의 완벽한 형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은 그 과정이 그만큼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듬해 귀국한 김상문회장은 82년 4월 경영권의 위임에 대한 공찬까지 마쳤고 지금은 상담역으로 월l∼2회정도 김선홍사장으로부터 기아의 돌아가는 일에 대해 브리핑을 받을뿐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고 있다. 기아의 경영은 「그룹총수」 격인 민경중 회장과 김선홍 사장을 정점으로 한 10명의 그룹사장단회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매주 윌요일 상오 8시 정각 (겨울에는 8시30분) 에 열려 30분∼1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사장단회의의 분위기는 매우 엄숙하다.
각 계열사별로 전이 실적 금주계획및 기타주요안건의 순으로 보고가 이루어지며 민회장과 김사장이 그때 그때 필요한 사항을 지적하고 의견을 수렴, 최종결정을 내린다.
기아의 경영이 민회장과 김사장에게 공동 위임된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사실상 최종결정은 전문경영인인 김선홍사장에 의해 이루어진다. 기아그룹에 있어 김선홍사장 (51) 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서울대공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58년 당시에는 무엇을하는 회사인지도 몰랐던 기아에 공채1기로 입사한 김사장은 그후 단 한번도 기아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은 골수 기아사람이다.
만25년 기아에 몸담아오면서 말단사원에서부터 기아산업전무 기아기공사장까지 주요 포스트를 거쳤다. 사실 김상문회장이 경영권의 완전위임이라는 단안을 내릴수 있었던 것도 김선홍이라는 사람이 기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81년의 위기상황에서 기아사람들은 김선홍사장이라면 위기를 넘길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졌었고 김상문회장은 그에게 겅영권을 위임함으로써 이같은 기아회생의 지주가 되었다.
김사장의 말을 빌면 『이제 겨우 물위로 입을 내놓은 상태』 로까지라도 기아 살려놓을수 있있던것은 오랜 경험을 통한 기아그룹 구석구석에 베있는 사장에 대한 「믿음」이 더욱큰 비중을 차지하고있다.
물론 정부에서 한번 단안을 내린 기아자동차와의 통합계획이 자동차경기의 회복등으로 전면백지화되고 사운을 걸다시피하고 내놓은 봉고시리즈의 예사밖의 히트등「운」 이 따라준것이 기아의 회생을 앞당겼다.「그러나 기아라는 기업은 「진인사득천명」의 오랜전통이 있고 적어도 「진인사」는 예나 지금이나 외부에 투영된 이미지는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변함이 없다.
기아의 경영진 구성은 군출신 기아토박이 은행출신 등이 주류를 이루고있다
민경중화회장 (56) 은 육사 8기생으로 국방부 인력차관보를 거쳐 82년 아세아자동차사장으로 영입됐다.
김사장과 함께 경영권을 위임받고 있으나 경영일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대외관계일을 주로 맡아한다.
김사장이 최종 결정한 주요 사항은 일단 민회장에게 보고되나 거의 그대로 확정된다.
김사장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두텁기 때문이다.
김한선 기아감사 (59) 는 기아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상무를거쳐 81년에 현직으로 영입됐다.
천도원기아부사장 (59) 은 산은부장을 거쳐 지난 7년전 기아상무로 영입됐으며 아세아 자동자 상무 기아전무 등을 거쳐 현재는 기아그룹 전체의 재무관리를 맡고 있는 중추라인의 한사람이다.
라동원아세아자동차사장 (56)은 육사 9기로 민사군정감등을거쳐 82년8월 아세아자동차사장으로 영임됐다.
김소웅 기아기공사장 (50) 은 55년에 기아에 입사한 전형적인 기아사람으로 기아 전무 아세아자동차 사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기아 기공을 맡고 있다.
이해참기아산업전무 (46)는 한양대공대기계과를 나와 지난64년 입사했으며 8l년부터 영업분야를 관장하고 있고 심광섭전무(58) 는 73년 해병대대령으로 예편, 부장으로 입사해 현재 기아산업의 기획을 담당한다.
이두선기아서비스사장 (52) 은 서울시장 비서실장을 거쳐 76년 총무부장으로 입사, 기아산업상무등을 역임한후 현직을 맡고 있다. 김준환아세아자동차전무(56)는 60년에 입사, 기아산업경리 담당 전무등을 거쳤다.
사장단회의 맴버는 아니지만 현재 그룹기획 관리실을 맡고 있는 서순화 상무, 김사장이 취임후 창설,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원가관리센터를 담당하는 김영귀이사도 기아의 다음세대를 이끌어 갈 제목으로 기대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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