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금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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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주과학자들은 드디어 알루미늄과 아연의 합금에 성공했다. 체공 닷새째를 맞은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가 이룩한 최대의 과학적 업적이다.
원자번호 13의 알루미늄(AL)과 30의 아연(Zn) 을 합금(alloy)하는 것은 지상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꿈」이었다.
무거운 물질과 가벼운 물질이 용해될 경우 혼합물이 응고하기 전에 무거운 물질이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의 비중은 입방㎝당 2.79, 아연은 7.19. 따라서 이들 두 금속의 합금은 중량이 제로가 되는 우주의 기공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콜럼비아호에 실린 우주실험실은 드디어 이 일을 해냄으로써「인류의 장래에 새로운 장을 연것」으로 평가된다.
항공기 산업과 합금의 발달은 정비례 해왔다. 가볍고 튼튼한 쇠가 바로 항공기 제작의 절대적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또 다른 합금이 우주궤도의 공장에서 양산될 수 있는 길이 트인다면 항공기, 조선, 건축등의 재료공학은 대혁명을 맞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지상에서의 복제생산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들이 알고 있는 원소는 1백3종. 이 가운데 70여종이 금속이다.
화학이 발달하면서부터 인류는 이들 금속을 결합시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성질의 새로운 쇠를 만들어 냈다.
철만 해도 강도는 높지만 쉽게 녹이 슬고 너무 무겁다. 여기에 니켈을 더하면 녹을 막는 니켈강이 된다.
구리도 유연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나 조각품으로 길이 남기자면 주석을 섞어 청동 (브론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비행기의 속도가 마하(음속)를 넘으면서 가벼운 쇠보다는 열에 견디는 쇠가 각광을 받게 됐다.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의 합금은 가볍기는 하지만 융점 (융점)이 3백∼4백도로 낮아진다. 그래서 채용된 것이 융점 1천6백60도의 티타늄. 그래도 알루미늄과 티타늄의 합금은 융점이 5백도로 낮아진다. 현재로서는 이것이 나마 초고속 전투기나·여객기의 최상의 재료로 꼽는다.
이번 아연 (융점 4백20도)과 알루미늄 (6백60도)의 합금도 이점에서는 평범한 재료개발에 불과하다.
융점이 3백82도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고열의 마찰에 견딜수 있는 재료로는 지금까지 개발된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NASA의 계획에는 알루미늄과 납, 텅스텐과 니켈등의 합금실험도 들어 있다.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이들 금속의 합금도 가능성이 엿보인다. 클럼비아호가 우주궤도에 띄운 실험실에는 3기의 용광로가 있다. 보다 새로운「꿈의 금속」이 출현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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