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기생충알 김치' 면목 없지만 정부 성급한 발표 때문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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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선부 2동에 위치한 김치 생산업체 ㈜울엄마 본사. 이 회사가 생산한 김치에 '기생충알'이 나왔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발표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냉기가 돌았다. 회사 마당에는 배달용 차량 대여섯 대가 서있었다.

장일환(41.사진) 사장은 "식약청 발표는 핵폭탄 이었다"며 "배달 나갔어야 할 차들이 저렇게 서 있다"고 말했다. 국산 배추만을 사용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깨끗한 김치를 만들었는데 중국 수입배추를 사용해 비위생적으로 김치를 만든 인물로 비춰지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배추 한 포기에 2000~3000원으로 뛸때도 나아지겠지하는 기대감에 버텼는데 '기생충알 사태'는 회사 경영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회사의 평소 하루 매출은 700~800만원. 하지만 식약청 발표 후 하루 100~200만원 선으로 뚝 떨어졌다. 평소 2000여 곳에 달하던 거래처가 대부분 떨어져 나갔다.

관공서.주요 기업과의 거래는 모두 끊겼다. 식약청 발표 후에는 경기도 보건 당국의 검사를 받은 후 김치를 내보내고 있다. 그는 "기생충 김치 파동으로 소비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하지만 식약청.농림부 등 정부 당국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정부는 배추를 세 번 이상 씻으면 기생충알이 없어지고 검출된 기생충알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히고 있다"며 "김치 생산과정에서 3번 이상 씻는 것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씻어도 현미경으로 확대해야 보이는 그런 이물질까지 씻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기생충알이라고 지칭한 것에 발끈했다. 인체에 해가 없다면서 혐오감을 주는 '기생충알'로 언급한데다 기생충알 등 이물질의 허용 기준 범위도 없이 '잔존 여부'만을 가지고 기생충알이 있다고 발표한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이번 기생충 김치 파동은 김치 생산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농산물 생산.유통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배추를 믿고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농림부가 축산농가에 대한 계획적인 구충활동 벌여 토양 오염을 진작에 막아야 했다"며"이제와서 토양과 퇴비를 분석한다고 나서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또 '기생충알이 나온' 김치업체 10 여곳과 함께 연대해 대기업에서 생산한 김치의 위생여부도 따져 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 제품을 수거해 미국 등 해외 연구소에 '기생충알' 검출 여부를 의뢰키로 했다. 그는 "기생충알이 나왔다는 업체 대부분이 가축 분뇨를 사용하는 충청지역 배추를 쓴 곳"이라며 "강원도 배추가 아닌 충청지역 배추로 김치를 만든 대기업 제품도 '기생충알'이 안 나올리가 없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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