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장사업(전기·전자 장치) ‘집안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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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기아차 그룹의 전장(電裝)사업 구도가 바뀌고 있다. 현대오토넷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2월 본텍을 합병한다고 밝혔다. 본텍은 기아차에 카오디오와 내비게이션을 공급해온 전장업체다. 합병은 현대오토넷이 본텍 주식을 1:2.56 비율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현대오토넷의 매출액은 5479억원, 본텍은 2424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합병으로 현대오토넷이 힘을 낼 전망이다. 지금까지 그룹 내 전장 사업의 구조는 현대모비스가 이끌고 현대오토넷과 본텍이 제품 생산을 맡는 형태였다. 오토넷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그룹 내 전장 사업의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토넷 매출은 카오디오.내비게이션이 전체의 75% 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각종 전자제어용 컴퓨터와 칩이다. 최근에는 자동차의 이상 징후를 미리 알려주는 마이크로 컴퓨터인 에탁스(ETACS)를 주력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에탁스 전량을 오토넷에 몰아주기로 했다.이에 따라 오토넷의 내년 매출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합병이 전장제품을 만드는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간의 경쟁을 촉발할 전망이다. 정몽구 회장이 최근 들어 "그룹 계열사라도 자동차 부품은 한 회사에 집중하지 않고 경쟁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러 번 강조해 계열사마다 전장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모비스는 8월 자동차용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부분을 오토넷에 넘겼지만 전장 모듈 만큼은 독자적으로 할 태세다. 또 현대차의 철도차량 회사인 로템도 내년부터 자동차용 모터 등 전장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고 기아차 부품 회사인 위아도 전장 사업의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화증권 안수웅 연구위원은 "일단 현대오토넷이 전장 사업의 주도권을 잡아 상대적으로 현대모비스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전장 부품을 놓고 계열사간 선의의 경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이란=자동차의 전기.전자 장치를 통칭하는 부품. 수익성이 좋은데다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가 대중화될 2010년께는 자동차의 50% 이상을 전장 부품이 차지할 전망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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