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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술·고품질만이 활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전자시장을 상대로 5년연속 수출 1위를 달려온 삼성전자가 어제(11월30일) 20회 수출의날에 5억달러 수출의탑을 탔다. 우리로서는 메이커로서 5억달러의 고지에 올라섰다는 숫자 그 자체가 기쁜것이 아니라 그 숫자에 담겨있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7O년대 섬유류·합판·가발·광산물등에 의존하던 수출패턴에서 점차 우리의 산업구조가 기술집약산업으로 발전했음을 말해주는 뚜렷한 증좌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여건속에서 얻은 가전제품 5억달러의 수출실적은 앞으로 어떤 무역장벽이 앞을 가로 막아도 해낼수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5억달러의 숫자속에 담긴 내용중에 또 하나 분명히 해야할 점이있다. 그것은 출혈수출이 아니라 충분히 수지를 맞추고 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지난 3년간 1백10만대의 전자레인지를 내다가 팔았지만 수출에서 대당12.8%이익을 올렸다. 국내판매에서는 불과 1.3%정도의 이익을 올렸을 뿐이다. 해외에서 남긴 이익을 기반으로 국내값을 싸게 한 것이다. 다른 수출과는 정반대다. 국내에서의 치열한 가격전쟁으로 점차 국내판매의 메리트는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산업이야 말로 좁은 국내시장에서 넓고 넓은 황금의 세계시장으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욕만으로는 안된다. 기술과 품질, 그것이 문제다.
믿을만한 품질과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지 않고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그렇게 많은 물량을 실어낼 수 있을까.
우리는 근년에 들어서 품질개선에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주 가까운 시일안에 일본의 일류 가전 메이커인 마쓰시따 (송하)나 소니수준에 도달할 것을 목표하고 있다.
품질개선, 다시말해 제품불량률이 일본의 세계적인 메이커의 수준과 경쟁할 수 있을때 우리전자 제품이 일본시장까지도 공략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삼성전자가 지난 75년 말부터 개발에 착수,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11억2천만원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개발에 나섰던 전자레인지가 수출주력제품으로 등장한 것은 전자공업에서 기술개발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5억달러 수출중 이 전자레인지 한품목이 1억달러를 상회, 컬러TV다음의 수출전략상품으로 정착한 것이다.
전자레인지는 우리나라에서 삼성전자가 수출 3년만에 1백10만대를 수출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고, 미국시장에만 금년에 65만대를 수출, 미국시장의 시장점유율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성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자공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철골 ㎏당 가격을 1로 잡을때 승용자5, 컴퓨터1천7. 반도체 2천13으로 그 부가가치가 실로 엄청나다.
제품 1백만원 생산에 드는 자원의 비용은 석유 18만7천원, 철강 5만6천원에 비해 전자는 1만3천원밖에 소요되지 않는 자원절약형이다. 타 산업의 파급효과도 금속이 15.1%, 화학3.2%, 기계2.5%인 반면 전자는42.5%로 높다.
특히 저에너지, 무공해 산업이기 때문에 양질의 풍부한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가장 적합한 산업이다.
세계의 전자공업의 성장도 80년 2천1백40억달러, 85년 3천5백10억달러, 90년에는 6천5백29억달러로 연 11.3%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며 기계공업은 물론 거의 모든 산업이 전자화로 치닫고있어 각국은 국가적 자원에서 전자사업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우리회사가 지난해보다 53.5%가 성장한 5억달러 수출에 성공한 것은 미국시장의 경기회복에 힘입은바도 있지만, 컬러TV, 전자레인지, 반도체, 컴퓨터등 첨단기술개발에 노력을 쏟아 품질을 인정받았고 완벽한 일관생산체제로 생산성향상, 원가절감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일본등 세계의 전자산업은 80년 들어 그 발전속도가 가공할 정도이며 기술보호정책으로 선진기술도입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우리나라가 이제까지의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성장할 수 었었던 것은 양질의 노동력과 조립기술의 빠른 습득때문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면 한국전자공업의 성장은 곧 한계에 달하게 된다. 이보다 한차원 높은 비약을 위해서는 한차원 높은 기술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첫째로 우선 새로운 고부가가치의 수출품개발은 물론 기존제품의 고급화에 주력해야 할것이다.
둘째로 생산성향상을 이뤄야할 것이다.
근래 전자공업의 발달은 실로 눈부셔 VLSI를 두뇌로한 산업로보트를 개발하여 생산라인에 투입하고 있으며, 멀지 않아 공장의 무인화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강조해야 할것은 컴퓨터, 반도체등 핵심첨단기술로 진입중인 우리나라는 기술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할 일이다.
삼성전자만해도 생산성향상을 위해「모래에서 컴퓨터까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세계최대의 단일전자공업단지를 설립,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79년 VTR·전자레인지의 세계4번째 개발, 82년 퍼스널컴퓨터 첫개발등 신제품 개발은 물론, 반도체산업에 일찌기진출해 첨단기술개발에 노력을 쏟고 있다.
한편 보호무역을 뛰어 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현지 진출을 꼽을수 있다. 금년 국내의 전자업체들은 주력수출품인 컬러TV가 미국에서 덤핑혐의로 제소됨으로써 향후 수출에 큰타격이 예상된다. 또 전자레인지에도 언젠가는 그러한 사실이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덤핑소동을 우리보다 일찍 겪은 일본의 경우 생산·판매등의 현지 진출을 통해 그러한 난관을 해결해왔다.
삼성전자도 포르투갈에 컬러TV공장이 82년 성공적으로 진출, 넓은 유럽시장에의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한편, 컬러TV의 PAL특허를 획득함으로써 향후의 수출전망을 더윽 밝게 해주고 있다.
미국내에도 총2천5백만달러를 투자하여 컬러TV·전자레인지 현지공장을 설립, 덤핑문제를 해결하고 전자레인지등 첨단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해외현지공장은 생산·판매의 현지화뿐만아니라 애프터서비스의 전진기지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현지 판매를 배증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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