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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기 생일 케이크-이병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오늘은 둘째 아이의 다섯 번 째 생일이다. 평소 보다 일찍 일어나 시장 보아다 놓은 쇠고기로 미역국을 끓이고 닭찜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잡채도 버무린 다음 이것저것 정성을 담아 백설기를 쪘다.
한 살 위의 큰애와 생일을 맞은 둘째는 아침부터 들뜬 마음에 법석을 떨더니 상에 수북이 차린 음식을 보고 환호성을 지른다.
『어, 그런데 생일 케이크가 없네』라며 큰애가 실망을 하자 둘째 역시 정말이라며 실망하는 빛을 감추지 못한다.
전부터 아이들은 TV를 보면서 광고에 나오는 각종 과자류와 옷·신발 등을 보는대로, 듣는대로 사달라고 졸랐고 그럴때면 난 늘 엄마가 만들어 주는 옷이며 과자가 더 정성이 깃든것이라며 동화이야기 들려주듯 타이르곤 했다.
내가 보아도 생일 상은 그런대로 근사한데 케이크가 빠져서 아쉽기는 했지만 시골이라 터무니없이 케이크 값이 비싸고 부담도 큰 것 같아 하얀 백설기에 과자를 섞고 첼리를 박은 다음 밤과 건포도로 제법 무늬까지 넣었다.
아이들에게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백설기를 가리키며『엄마는 이번에 제과점 케이크보다 더좋은 것을 준비했단다. 할아버지께서 1년 내내 땀 흘려 지으신 쌀로 만든 떡이니까 기쁜 마음으로 먹도록 하여라』
아이들은 그제서야 수긍이 가는지 좋다며 손뼉을 치고 생일노래를 즐겁게 부르며 촛불을 불었다.
아이들의 그런 광경을 보고 있으니 문득 내 어릴 때 생각이 나 새삼 동심으로 가득 젓어본다.
생일날 아침 엄마는 일찍 일어나셔서 수수팥떡을 한 함지박 무쳐내시며『오늘이 너 귀빠진 날이란다』하시며 마음 가득 정성을 안겨주셨는데 오늘날 어머니들은 케이크로 만사를 해결하려는 것이 조금은 문제점이 있는 듯 하다.
TV 홍수시대인 오늘날 고급 제과점 선전이 판을 치지만 간혹 드라머에 우리 집 아이같은 많은 시골 아이들을 위해서 백설기 생일 케이크를 소개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하대화 5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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