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삼성그룹(중)전문경영인(1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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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매년 연말이되면 삼성그룹은 정예사장단회의를 갖는다. 이회의는 1년에 단한번 열리며 동시에 이병철회장이 l년을 통해 단한번 주재하는 회의이기도하다. 각사의 1년간 사업실적을 보고·평가하고 그에 상응하는 이회장의 「칭찬」과 「질책」이 가차없이 내려지는 이회의는 이를테면 삼성의 「각료회의」라 할만하며 이 회의의 분위기에 따라 다음 해 2월의 사장급인사가 좌우될만큼 비중있는 회의다. 회의를 주재하는 이회장의 왼쪽에는 조우동 삼성단공업회장이, 오른쪽에는 홍진기 중앙일보회장이 앉고 다시 홍회장의 오른쪽에는 삼성의 후계자인 이건희 그룹부회장이 자리잡아 「회장단」을 구성한다. 사장단 회의때의 브리핑 시간은대개 한회사당 5∼10분 정도로 극히짧다. 각사의 단고사항만 요약해 보고받고 강평이 내려진다. 삼성그룹의 일상적 의사결정은 조우동 회장이 이회장을 대신해서 수시로 주재하는 사장단회의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그때그때의 안건에 따라 인사위원회, 또는 재무위원회로 늘리는 이회의의 참석 멤버는 7∼8명의 주력기업 사장들로서 양 위원회의 참석 멤버는 거의 같으며 때로는 결정사항의 성격에 따라 참석멤버가 일부 바뀌기도한다. 인사위원회는 그룹 각사의 중역급 이상에 대한 인사문제를, 재무외원회는 그룹 각사의 투자계획과 이에 따른 방계사끼리의 자금협조문제등을 주로 심의·처리케되는데, 이와는 별도로 신규 사업등 가장 비중 큰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이건희 부회장이 참석하는 회장단회의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상에서 열거한 회장단회의·인사위원회·재무위원회의 「사무국」으로서 회장실 직속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이 바로 그룹비서실이다. 그만큼 그룹비서실은 삼성그룹최고경영진의 의사절정을 폭넓게 조정, 뒷받침한다.
이를테면 비서실 조직전체를 하나의 「전문경영체」라 할수있으며 실제로 삼성비서실은 그룹 경영상의 중요한 「맥」을 요소요소에서 짚고있다. 그 「맥」이란 다름아닌 재무(국내금융)·봉용·금융(국제금융)·의전·경영관리·품질안전·기획·인사·감사·홍보·전산등 비서실내 각팀이 관장하고 있는 전문업무 분야들이라 할수있다. 그룹비서실의 비중과 기능은 삼성의 창업자이며 오너인 이회장의 「권위」가 있음으로써 가능하다. 그룹의 규모가 커지자 효율적인 경영관리를 위해 이회장은 지난 56년부터 「비서실」이라는 능률적 삼성조직을 길러온것이다.
「사람」은 바뀌고 거쳐가더라도 삼성이라는 조직의 종합적인 관리를 위해 「빙속」하는 조직이 바로 삼성의 비서실인 셈이다. 이회장은 지난 80년 그룹사임원간담회를 통해 『회장은 큰일을 챙기고 비서실은 각사 관리에 신경을 써야하며 각사 회장은 책임경영제이니만큼 각자가 책임지고 경영해야한다』고 업무영역을 구분해준적이 있는데 이 자리뿐아니라 이회장은 틈있을 때마다 『아이디어는 비서실에서 내고 실행은 각사 담당 임원이하라』 『비서실은 경영의 원칙을 정해주는곳이다』 『비서실은 국내외 모든 자료를 모아서 회장이 판단할수있도록 자료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외국의 좋은 지식을 가장 빨리 소화·흡수해서 그것을 그룹에 퍼지도록 해야한다』 『비서실은 인재양성의 장소다. 여러부문의 사람을 모아 양성해서 다시 적재적소로 보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등 비서실에 「성격」을 부여하고 이를 보강하는데 큰 관심을 쏟아왔다. 비서실과는 다른 또 하나의 전문경영조직을 삼성그룹의 고문단이라 할수있다. 삼성그룹은 어느다른 기업그룹보다도 많은 숫자의 각계 「전문가」들을 고문으로 두고 이들의 의견을 활용한다. 이들을 모두 「전문경영인」이라고 할수는없지만 각자의 비중과 분야에 따라 회장단과 가장 가까이서 접촉하는만큼 이들의 영향력은 크다. 때로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그룹전반에 관한 주요사항중 전산부문은 양대원 그룹고문이, 법률부문은 변호사인 인형무 그룹고문이 맡고 있고 전산경기연(KIET) 산업1실장이었던 박웅서 그룹고문은 주로 국내외경제동향·대 외국기업관계 등의 자문에 응하는 「고급두뇌」라고 할수있다. 전국회의원 최치환씨는 주로 반도체 관계일을본다. 이밖에도 손주항 제일기획고문 (전신민당 국회의원)·이은결 그룹고문(전이경중공업사장)·김인구 그룹고문·이기열 그룹고문등 사회 각계에서 두루 영입된 고문들이 많다. 삼성은 독특한 경영 조직에 많은 두뇌들을 유치해 이들을 풀가동시키고 있는것이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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