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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인성, 어른은 시민의식 … 평생교육 관점서 제도 마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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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의화 국회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임성호 국회 입법조사처장(오른쪽)과 김남중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인성교육연구소장(왼쪽)이 25일 ‘인성교육 확산을 위한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어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어른들의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본지 인성교육연구소가 25일 공동 주최한 ‘인성 심포지엄’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이다. 참석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성인들의 인성을 위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기조 발제자인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어른들은 제대로 못하면서 아이들에게만 바른 인성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성인의 인성교육을 위해 시민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자인 김영래 전 동덕여대 총장은 “세월호 사고에서 선장과 선원들이 바른 인성을 갖고 있었다면 그토록 큰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성인을 위한 구체적인 교육 방법으로 시민교육을 제시했다. 정창우 서울대 윤리학과 교수는 “도덕·종교적 덕은 바른 인격을 쌓는 것이지만 시민적 덕은 사회 구성원으로 협력적 역량을 기르는 것”이라며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성인들이 시민성을 기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장은 “전통적 관점에서 인성은 도덕의 측면이 강했지만 현대 사회에선 사회적 인성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얼마만큼 건강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느냐가 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별도의 인성교육 전문 교과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정 교수는 “지난해 싱가포르는 교육목표를 ‘바른 인성을 갖춘 좋은 시민 양성’으로 재설정하면서 인성·시민성 과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 김영일 정치의회팀장은 “프랑스는 초·중학교에서 시민교육이 의무다. 유럽연합(EU) 도 2005년부터 시민교육 지침서를 만들어 회원국의 시민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성교육을 위한 향후의 법령 개정이나 시행령 입법 과정에서 ‘시민성’의 개념을 포함시키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송 교수는 “인성과 시민성을 별개가 아닌 하나로 연계해 가르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법령 안에 ‘인성·시민성’ 교육이 함께 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선진화된 시민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충·효·예와 같은 전통적인 인성의 개념을 넘어서는 시민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지 원장은 “초·중등 학생은 인성교육에, 성인들은 시민성 교육에 초점을 맞춰 명칭을 달리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심포지엄에 앞서 입법조사처와 중앙 인성교육연구소는 ‘인성교육 확산을 위한 협약서’를 교환했다. 각서에는 인성·시민성과 관련한 주제를 선정해 토론하고 논의된 결과를 향후 입법과 정책 마련에 반영한다는 합의 사항이 담겼다. 이에 따라 두 기관은 전국을 돌며 매달 전문가·학생·학부모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그 내용은 매달 마지막 토요일 정오에 국회방송으로 녹화 중계된다.

 이날 MOU 체결식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7월부터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는데 가정과 지역사회 모두 동참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성교육을 고민하고 국회는 법과 정책을 통해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며 당장 오늘부터 하루 한 번씩 부모님과 자녀 등 가족을 따뜻이 안아주는 ‘패밀리 허그(family hug)’ 운동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글=윤석만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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