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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에서 한라까지 …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물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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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대 수입 생수부터 빙하수를 얼린 슬러시까지 바야흐로 별의별 물이 다 있다. 물 하나를 마시려고 편의점에 들어가도 어떤 물을 사먹을지 고민하는 시대다. 10여 년 전 유럽에서 시작된 ‘미네랄 워터’ 열풍이 미국을 지나 국내에도 상륙했다. 한국 3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백두산(백산수)·한라산(삼다수)·지리산(지리산맑은샘) 등을 수원으로 하는 생수가 대한민국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생수 시장은 연간 6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선발주자인 제주 삼다수를 추격하고 있는 농심 백산수의 성장세가 무섭다. 현재 국내 생수 10병 중 4병이 삼다수다.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삼다수는 제주도의 화산암반수다. 현무암층이 숯처럼 천연필터 작용을 한다고 공사는 설명한다. 제주개발공사는 2012년 말까지 삼다수의 전국 유통을 농심에게 맡겼다. 지금은 광동제약이 대행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는 공사가 직접 유통·공급하고 있다.

농심은 삼다수를 보내고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서 백산수를 개발해 생수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초 3%대로 시작한 백산수는 지난해 8월 시장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렸다. 농심 관계자는 “백산수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백두산의 물맛과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재구매율이 높다”면서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내두천. 백두산 천지물이 백두산의 화산암반을 타고 50여 ㎞를 흘러내려 자연스럽게 샘솟는 천이다. 외부 오염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된 백두산 자연보호구역 내에 있다. 천연의 용천(湧泉)이자 사시사철 섭씨 6.5∼7℃ 정도의 일정한 수온이 유지되는 저온의 천연화산 암반수다.

농심에 따르면 내두천 인근 주민들은 “특별한 건강비결 없이 이 물만 마셔도 건강을 유지할수 있다. 특히 이곳 사람들은 중풍과 치매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농심은 주민들의 오랜 경험이 최근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내두천 물은 각종 수질분석에서 백두산의 화산암반층을 거치며 불순물은 자연 여과되고, 천연 미네랄과 실리카 등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이 풍부하게 녹아 들어간 천연 약수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실리카(silica)는 인체의 콜라겐 조직에 영향을 주고,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성분이다.

전문가들은 백산수가 국내 시판 생수 가운데 실리카 함량이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주대학교 신호상 교수는 지난해 “백산수는 국내 대형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생수 중 마그네슘-칼슘 농도비(Mg/Ca)와 실리카 함량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서 “농심 백두산 백산수의 미네랄 함유량은 국내외 시판 생수 중 최고 수준이고 목 넘김도 가장 깔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농심은 화산암반수 백두산 내두천 물로 중국시장은 물론 글로벌 생수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농심은 지난해 기존 백산수 생산설비를 추가한 데 이어 올해 ‘백산수 신공장’을 건설한다.

백산수 신공장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농심이 역대 최고 규모인 200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백산수 신공장은 30만㎡의 부지에 공장동·유틸리티동·생활관 등 연면적(하나의 건축물의 각 층 바닥면적의 합계) 8만 4000㎡ 규모로 건설된다. 농심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이곳에서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며, 기존 설비와 합치면 연간 125만t의 백산수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농심은 시장상황에 따라 100만t의 생산시설을 즉각 증설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세계 최고의 물을 세계 최고의 설비로 담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농심은 내두천의 백산수 원수(源水)를 병에 담는 ‘보틀링(bottling) 설비’를 세계 최고의 음료설비 회사인 독일의 크로네스(Krones)에서 들여온다. 생수·음료·맥주 등 각종 보틀링 분야에서 최고로 입증된 설비로 백산수를 생산한다는 계획. 시공은 중국의 3대 건설회사인 북경건공집단유한공사가 맡는다.

농심 관계자는 “백산수와 같이 세계적인 생수의 공통적인 특징이 바로 화산암반수라는 점”이라면서 “미국 동부의 대형마트 체인점에서 1L 피지워터 한 병은 1달러 80센트(한화 약 2000원) 수준에 팔려나간다. 휘발류 값보다 비싸니, 이는 화산암반수가 품은 각종 건강성분과 태고의 깨끗함을 세계의 소비자들이 높이 평가한 까닭”이라고 분석했다.

농심은 생수를 중심으로 연관분야 사업을 확대, 글로벌 종합 식음료회사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라면에 이어 백두산 백산수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다.

한편 팔도의 지리산 맑은샘물은 지리산의 청정 계곡인 내원골 지하 320m 암반수를 취수해 만든다. 지난해엔 생수통도 지리산의 웅장하고 험준한 산 이미지를 측면에 표시한 용기로 새단장했다.

이 외에 다른 산이나 청정 지역을 근거지로 물 전쟁에 뛰어든 업체도 많아지고 있다. 오(소백산), 평창수(강원도 평창), 휘오 순수(철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과업체 SPC는 생수 오(EAU)를 계열사인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해태음료가 출시한 강원평창수는 나무가 우거진 지역에서 50년 넘게 순화된 물을 사용한다.

롯데칠성음료는 경남 지리산 자락인 산청이 수원지인 아이시스와 알카리성을 강화한 아이시스 8.0 등 두 제품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배은나 객원기자 en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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